“단 며칠만 하늘이 이렇게 보인대요”… 별똥별까지 보인다는 해발 1,100m 은하수 관측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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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안반데기
해발 1100m 고산 초원, 은하수 명소

안반데기의 밤하늘
안반데기의 밤하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시의 불빛에 익숙해진 눈으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강릉의 깊은 산자락에서 펼쳐진다. 해발 1100m, 바람이 먼저 찾아오고 별빛이 가장 가까이 내려앉는 곳. 안반데기는 단순한 고랭지 채소밭을 넘어 자연의 거대한 품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드문 장소다.

이곳의 여행은 특별한 장식 없이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시야가 열리고, 해가 지거나 뜨는 순간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는 대부분 한 가지를 공통으로 말한다. “이런 풍경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나.”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정상부에 도착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강릉 안반데기

안반데기 가을 풍경
안반데기 가을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모먼트스튜디오

안반데기는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안반데기길 428 일대에 자리한 고산 마을이다. 이름은 떡을 칠 때 사용하던 오목하고 넓은 나무받침인 ‘안반’과 평평한 땅을 뜻하는 ‘데기’에서 비롯됐다. 겉으로 보면 부드럽게 펼쳐진 평원 같지만, 실제로는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개간해 만든 땅이다.

1965년, 화전민들이 곡괭이와 삽만으로 산을 일구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약 28가구가 농지를 정식으로 매입하며 지금의 공동체 기반이 마련됐다. 이렇게 탄생한 약 200만㎡ 규모의 고랭지 채소밭은 오늘날 안반데기를 대표하는 풍경이 되었다.

계절마다 풍경도 크게 바뀐다. 봄의 초원은 햇빛을 머금어 눈부시고, 여름에는 감자꽃과 채소밭이 언덕을 가득 채운다. 가을이면 단풍이 빛을 머금으며 산 능선을 색칠하고, 겨울에는 새하얀 설경이 펼쳐진다. 밭이 곧 풍경이 되고, 풍경이 하나의 예술이 되는 곳이다.

안반데기 풍경

안반데기 밭
안반데기 밭 / 사진=ⓒ한국관광공사 모먼트스튜디오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작은 주차장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고도가 높아 공기가 선명해지는 곳인데, 주차장 너머로는 여름에만 문을 여는 아기자기한 카페 한 곳이 자리해 있다. 차량을 몰고 밭 사이의 길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넓게 열린 전망 때문에 오히려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등장한다. 직진하면 고루포기산 방향, 오른편은 운유길로 이어지는데 두 길 모두 다른 매력을 담고 있다. 특히 운유길은 드넓은 배추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사진 촬영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해 질 무렵에 정상부에 서 있으면 주변의 소리가 사라지고 자신만 남은 듯한 느낌이 찾아온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잦아드는 빛이 함께 만들어내는 고요함은 이곳을 찾는 이유를 단번에 설명해준다.

안반데기의 밤하늘

안반데기 은하수
안반데기 은하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안반데기는 또 다른 세계로 변한다. 주변에 큰 불빛이 없어 별빛이 선명하게 살아나는 곳이며, 특히 그믐 전후의 맑은 날에는 하늘 전체가 촘촘한 별들로 채워지고, 운이 좋다면 짧은 순간 스쳐가는 별똥별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휴대폰에는 다 담기지 않는다”며 입을 모은다.

눈앞의 광활한 자연과 머리 위로 흐르는 밤하늘이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지며, 잠시 동안 모든 고민이 멀어지는 듯한 해방감이 찾아온다. 특히 11월 20일 전후로 초승달이 뜨면 달빛이 거의 없어져 별 관측에 최적의 조건이 되며, 이 시기에는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히아데스 성단, 안드로메다 은하 같은 심우주 천체들까지 또렷하게 드러난다.

고산지대 특유의 맑은 대기와 깊은 어둠이 더해지면서,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깊은 우주의 빛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안반데기의 별
안반데기의 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차와 입장 등 기본 이용 정보는 단순하다. 안반데기는 연중 언제든 방문할 수 있고 이용 시간의 제한이 없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 또한 무료로 제공된다. 별도의 시설 이용료도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장애인 편의시설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은하수를 관측하고자 한다면 준비물이 몇 가지 필요하다. 고도가 높아 밤공기가 차기 때문에 외투와 담요는 필수다. 별 사진 촬영을 위해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기면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야간에는 산길 운전이 쉽지 않으니 안전에 유의해야 하고, 직접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별밤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안반데기의 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반데기는 거대한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공간이다. 고된 노동으로 일군 밭이 풍경이 되고, 그 풍경 위로 별빛이 쏟아지는 밤이 이어진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언제 찾아도 새로운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주차와 입장료 부담 없이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여행의 매력을 더한다.

장대한 초원과 고요한 정상의 풍경, 눈을 들면 바로 마주하는 은하수까지.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면, 해발 1100m의 산자락에 자리한 이곳에서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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