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선성수상길
안동호 위에 띄운 역사의 산책로

물빛이 유난히 짙어지는 계절이 있다. 바람이 수면을 건드릴 때마다 잔물결이 번지고, 그 위로 하늘이 통째로 내려앉는다. 안동호가 그런 호수다. 드넓은 수면이 주변 능선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트이는 기분을 준다.
그 수면 위에 길이 놓였다. 물 위를 걷는다는 감각은 낯설고도 묘하다. 발아래로 출렁이는 호수를 느끼며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이 길이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안동댐 건설로 물속에 잠긴 예안면의 기억이 이 길 아래 가라앉아 있다. 수십 년의 세월을 품은 채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안동호 수면 위에 놓인 부교 산책로의 입지

안동 선성수상길(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예안리 일대)은 안동호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부교 형태의 산책로다. 선성현 문화단지에서 안동 호반자연휴양림까지 약 1km 구간을 연결하며, 폭 2.75m의 데크 위를 걸으며 안동호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안동호는 1971년 착공해 1976년 10월 준공된 안동댐이 만들어낸 저수지로, 높이 83m, 길이 612m, 총저수용량 12억 4,800만㎥에 이르는 대규모 시설이다. 그 거대한 물길이 예안면 소재지 일대를 수몰시켰으며, 수상길은 그 역사적 터 위에 세워진 공간이기도 하다.
발아래 잠긴 예안국민학교의 기억공간

부교 위를 걷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이 자리는 안동댐 건설로 물속에 잠긴 예안국민학교가 실제로 서 있던 터로 알려진 곳이다. 수몰 이전 학생들이 뛰어놀던 마당이 지금은 수면 아래 고요히 가라앉아 있으며, 그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공간이 수상길 위에 마련돼 있다.
풍금과 책걸상, 흑백사진이 전시된 이 작은 공간은 1996년 이전까지 국민학교로 불렸던 시절의 일상을 그대로 전한다. 물 위에서 마주하는 옛 교실의 풍경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수몰 지역 주민들이 두고 떠나야 했던 삶의 흔적을 온전히 느끼게 한다.
부교라는 구조 특성상 수위 변동에 따라 데크의 높낮이가 달라지며, 계절마다 수면과의 거리감이 조금씩 바뀌는 것도 이 길만의 특별한 경험이다.
예끼마을과 퇴계 예던길로 이어지는 연계 코스

안동 선성수상길 인근에 자리한 예끼마을은 ‘예술’과 ‘끼’를 결합한 이름처럼,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가 지원하는 문화예술마을이다. 갤러리와 공방이 입점해 있어 수상길 방문과 함께 들르기 좋으며, 안동호 풍경을 배경으로 작가들의 작업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
수상길은 퇴계 이황이 실제로 걸었던 도산서원 인근 노선을 따라 구성된 트레킹 코스인 퇴계 예던길과도 연계된다. 이황의 발자취가 남은 길과 수몰 역사를 품은 수면 위 산책로가 한데 이어지면서, 단순한 자연 탐방을 넘어 역사와 문화를 함께 걷는 여정이 완성되는 편이다.
수상길 종점인 안동 호반자연휴양림은 산림청 소관 국립자연휴양림으로 숙박과 야영 시설을 갖추고 있어 1박 2일 일정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방문 전 확인해야 할 운영 정보

안동 선성수상길의 입장료와 운영 시간, 휴무일은 안동시 공식 문화관광 포털에서 방문 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수위 변동이나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며, 부교 위는 폭이 2.75m로 넓지 않아 유모차나 대형 짐을 지참한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선성현 문화단지 인근에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자가용 이용 시 내비게이션에 ‘선성현문화단지’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다. 예끼마을과 안동 호반자연휴양림은 각각 별도 운영 주체가 있어 방문 전 개별 확인을 권장한다.

안동호 수면 위 1km를 걷는 경험은 풍경 그 이상을 품고 있다. 물 위를 걷는 낯선 감각과 수몰 마을의 조용한 기억이 한데 어우러지며, 안동이 가진 시간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부교 아래로 흐르는 물은 수십 년 전의 일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오늘도 그 자리를 말없이 지키고 있다. 역사가 빚어낸 풍경 속을 천천히 거닐고 싶다면, 안동호의 잔물결이 반짝이는 날 이 길 위에 서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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