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옛 마을 위를 걷는다고요?”… 붉은 단풍 아래 호수 위를 걷는 1km 수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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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선성수상길
호수와 함께 숨 쉬는 1km 부교 트레킹

안동 선성수상길
안동 선성수상길 / 사진=안동 공식블로그 홍애련

이른 아침, 안동호 수면 위로 옅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잔잔한 호수를 가로지르는 1km의 나무 데크길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비현실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울긋불긋한 가을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지금, 이곳은 수많은 여행자가 안동의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찾는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길 위에 첫발을 내딛고 그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발걸음은 사뭇 달라진다.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인해 고향을 물속에 묻어야 했던 수몰민들의 기억과 그리움이 발밑에 흐르는, 과거를 향해 가장 길게 뻗은 다리이자 현재를 위로하는 예술 작품이다.

“국내 최장 1,011m, 호수와 함께 숨 쉬는 길”

안동 선성수상길 가을
안동 선성수상길 가을 / 사진=안동 공식블로그 홍애련

이 길의 공식 명칭은 선성수상길이다. 안동의 예술 마을 예끼마을과 맞닿아 있으며, 내비게이션에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선성5길 8 (도산면 보건지소)을 입력하고 찾아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놀랍게도 이 장대한 풍경을 즐기는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총 길이 1,011m(1.01km), 폭 2.75m의 거대한 수상 데크다. 이는 국내에 설치된 수상 부교 중 가장 긴 규모를 자랑한다. 왕복 40분가량 소요되는 이 길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선성수상길의 가장 큰 특징은 강철 기둥으로 고정된 일반 다리(교량)가 아니라, 물의 부력을 이용해 떠 있는 ‘부교라는 점이다. 이는 안동호의 수위가 계절마다, 혹은 가뭄과 장마에 따라 변동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설계다. 다리 자체가 호수와 함께 오르내리며 수위 변화에 순응한다.

이 공학적 특징은 방문객에게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길을 걷다 보면 발끝으로 호수의 미세한 물결과 바람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는 불안함이 아닌, 거대한 안동호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감각적인 교감이다.

“가을 단풍 아래, 물에 잠긴 옛 교정을 밟다”

안동 선성수상길 여행
안동 선성수상길 여행 / 사진=경북나드리

이 길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산책로가 아닌 이유는 그 역사적 배경에 있다. 1974년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이곳에 있던 예안면 일대의 수많은 마을과 삶의 터전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선성수상길은 바로 그 수몰된 고향 땅 ‘위’를 걸어볼 수 있도록 설계된 길이다.

길의 중반부, 가장 아련한 지점에 다다르면 뜬금없이 낡은 풍금 한 대와 빛바랜 나무 책걸상이 놓인 작은 쉼터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포토존이 아니다. 수몰되기 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구(舊) 예안국민학교’가 정확히 있던 위치를 표시하는 이정표다.

비록 교사와 운동장은 수십 미터 물 아래 잠겨 다시는 볼 수 없지만, 방문객들은 이 조형물을 통해 그 공간의 존재를 기억한다. 붉게 물든 가을 산을 배경으로 놓인 낡은 풍금은, 상실의 아픔을 넘어 그곳에 분명히 존재했던 공동체의 역사를 증언하는 상징물이다.

“기억의 끝에서 만나는 예술, ‘예끼마을'”

안동 선성수상길 전경
안동 선성수상길 전경 / 사진=경북나드리

1,011m의 수상길 트레킹은 안동호반자연휴양림 방면으로 이어지며, 그 시작점은 선성현문화단지예끼마을과 연결된다. 만약 선성수상길이 물에 잠긴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길이라면, 예끼마을은 그 기억을 ‘현재의 예술’로 승화시킨 공간이다.

‘예술과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예끼마을은 수몰로 고향을 잃은 이주민들이 새롭게 터를 잡은 곳이다. 이곳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마을 전체가 갤러리이자 공방, 그리고 아기자기한 벽화가 가득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가을빛이 완연한 마을 골목을 거닐며 갤러리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은 선성수상길 트레킹의 완벽한 마무리가 된다. 물속에 잠긴 옛 예안의 활기가, 시각 예술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부활한 셈이다.

“선성수상길 가을 방문, A to Z 완벽 가이드”

선성수상길
선성수상길 / 사진=안동 공식블로그 황예슬

선성수상길로의 가을 여행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핵심 실용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 시간이다. 이곳은 연중무휴로 개방되지만, 별도의 야간 조명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일출 시부터 일몰 시까지’만 탐방이 허용된다. 특히 가을과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므로, 늦어도 오후 4~5시 이전에 방문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차는 앞서 언급한 ‘도산면 보건지소(선성5길 8)’ 앞 주차장이나 인근 선성현문화단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며, 모두 무료다.

안동의 가을 속으로 떠난다면,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까지 만나보길 권한다. 선성수상길 위에서 당신이 내딛는 한 걸음은, 물안개 자욱한 호수 아래 잠긴 누군가의 고향을 향한 가장 따뜻하고 예술적인 위로가 될 것이다.

전체 댓글 1

  1. 다음주 일요일 계획입니다
    늘 좋은 정보
    유다경 기자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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