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무료인데, 이 정도면 돈 내도 되겠네”… 단풍·호수·미술관 다 즐기는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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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화랑유원지
힐링하러 가는 가을 산책 명소

안산 화랑유원지 전경
안산 화랑유원지 전경 / 사진=안산시

가을이 깊어지면 누구나 붉게 물든 단풍 아래 사색에 잠기고 싶어진다. 경기도 안산의 한 거대한 공원이 그런 기대를 품게 하지만, 이곳의 진짜 가치는 화려한 풍경 너머에 있다.

안산 시민들의 오랜 휴식처였던 이곳은 이제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품고, 아픔을 넘어선 치유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묵직한 울림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바로 화랑유원지 이야기다.

화랑유원지

화랑유원지 산책로
화랑유원지 산책로 / 사진=안산시 공식 블로그 이금순

화랑유원지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70에 자리한 약 62만 ㎡ 규모의 방대한 도심 공원이다. 1998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화랑호수를 중심으로 드넓은 녹지와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공간의 정체성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었던 아픈 기억의 장소는, 이제 그 아픔을 공동체의 기억으로 끌어안고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 사회를 다짐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재 조성 중인 4.16생명안전공원이 있다. 2029년 준공을 목표로 2025년 2월 첫 삽을 뜬 이 공원은 단순한 추모 시설을 넘어, 생명 존중의 가치를 배우고 안전 문화를 체험하는 교육과 문화의 장으로 계획되었다.

설계자인 손진 이손건축 소장은 “아이들이 존재하는 방식에는 위계와 순서가 없어야 했다”며 “완전한 원형이 가장 적절한 해답”이라고 설계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은 슬픔의 기억을 넘어 평등과 존중의 가치를 건축으로 구현해낸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

화랑유원지 오토캠핑장
화랑유원지 오토캠핑장 / 사진=안산시 공식 블로그 이금순

화랑유원지의 깊이는 기억과 추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안산시는 이곳을 ‘기억’, ‘치유’, ‘화합’, ‘일상’이라는 네 가지 주제 아래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한 복합문화플랫폼으로 가꾸고 있다.

호숫가에 자리한 경기도미술관은 그 자체로 뛰어난 예술 작품이다. 해양도시 안산의 이미지를 담아 배와 돛대를 형상화한 독특한 외관은 주변 풍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미술관 내 상설 및 기획 전시는 물론, 야외 조각공원에 설치된 작품들은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선사한다. 또한, 유원지 남측에는 2022년 개관한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이 있다.

경기도 최초의 산업역사박물관인 이곳은 작년 한 해에만 12만 명의 발길을 끌어 모으며 유원지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 외에도 드넓은 잔디밭과 화랑오토캠핑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농구장 등 다양한 체육 및 여가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호수 둘레길을 따라 벚꽃이 만개하고, 가을이면 저수지에 비친 단풍이 절경을 이루어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한다.

안산의 다른 공원과는 어떻게 다를까

화랑유원지 가을 모습
화랑유원지 가을 모습 / 사진=안산시 공식 블로그 이금순

안산에는 화랑유원지 외에도 훌륭한 대형 공원들이 있다. 약 66만 ㎡ 규모의 안산호수공원은 갈대 습지와 넓은 수변 공간이 특징이며, 노적봉공원은 거대한 인공폭포와 장미원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두 공원이 ‘자연’과 ‘휴식’ 기능에 집중한다면, 화랑유원지의 차별점은 단연 ‘역사성’과 ‘문화 복합성’에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4.16생명안전공원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역사적 서사를 품고 있으며, 경기도미술관과 산업역사박물관이라는 굵직한 문화 시설이 한 공간에 집약되어 있다는 점이 이곳을 유일무이한 장소로 만든다.

화랑유원지 단풍
화랑유원지 단풍 / 사진=안산시 공식 블로그 이금순

화랑유원지는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다. 대중교통 이용 시 4호선 초지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안산도시공사 공원관리2부(031-481-980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단풍이 지기 전,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우리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화랑유원지로 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붉게 물든 나뭇잎 사이를 거닐며,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위로하며 더 안전한 내일을 다짐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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