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대 명소라고요?”… 2.1km 은행나무 황금빛 향연 만끽하는 가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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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인 은행나무 명소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 사진=아산시청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터널, 발아래서 바삭거리는 낙엽의 합창. 가을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풍경이지만, 이곳은 뭔가 특별한 울림을 준다. 흔한 단풍 명소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반세기의 시간을 품고 국가적 염원이 담긴 길이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가을 명소로 자리 잡았는지, 그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 걸어볼 차례다.

곡교천 은행나무길

곡교천 은행나무길
곡교천 은행나무길 / 사진=아산시청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충청남도 아산시 염치읍 은행나무길 253 일원에 자리한다. 이곳은 단순한 가로수길이 아니다. 그 시작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바로 인접한 현충사의 성역화 사업과 맥을 같이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국가적 사업의 일환으로 이 길이 조성되었고, 1973년 당시 10여 년생이던 은행나무 350여 그루가 2.1km에 달하는 길 양편에 정성스럽게 심겼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금, 나무들은 하늘을 가릴 만큼 장대한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풍경을 완성했다.

그 가치를 일찍이 인정받아 산림청이 주관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숲’ 부문 우수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전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완벽한 사계절 캔버스

곡교천 은행나무길 모습
곡교천 은행나무길 모습 / 사진=아산시 공식 블로그

이곳의 진가는 가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전혀 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입으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봄이면 길 옆으로 흐르는 곡교천 둔치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은행나무의 푸른 잎사귀와 선명한 색채 대비를 이룬다. 여름에는 무성한 잎이 만든 짙은 녹색 터널이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며,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은행나무
은행나무 / 사진=아산시 공식 블로그

마침내 절정의 계절, 가을이 오면 길은 온통 황금빛으로 채색된다. 길 옆으로는 분홍빛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춤을 추고, 국화의 은은한 향기가 더해져 오감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아산시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여 방문객들이 오롯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안전하게 거닐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는 일 년 중 특정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일부 사유림 형태의 은행나무 명소와 비교했을 때, 언제든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지점이다.

초보자도 실패 없는 방문을 위한 주차 및 이용 팁

은행나무 야간 모습
은행나무 야간 모습 / 사진=아산시청

최고의 풍경을 편안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인기가 높은 만큼 주차 공간 확보가 관건이다. 총 5곳의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나, 주말과 휴일에는 이른 시간부터 만차가 되기 십상이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은행나무길 공영주차장(송곡리 71-9)’과 ‘제1주차장(백암리 519-2)’이 가장 먼저 차들로 채워진다. 만약 이곳이 만차라면 무리하게 진입을 시도하기보다 ‘제2주차장(백암리 258)’이나 주말에 개방되는 ‘충남경제진흥원(은행나무길 223)’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조금 더 걷더라도 곡교천 야영장 임시주차장을 이용하면 오히려 여유롭게 주차하고 산책을 시작할 수 있다.

곡교천 은행나무길 야경
곡교천 은행나무길 야경 / 사진=아산시청

또한 이곳은 왕복 16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지만, 명심할 점은 안전을 위해 은행나무가 식재된 메인 산책로(데크길 포함)는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다는 사실이다. 자전거는 곡교천변에 마련된 전용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역사적 의미와 사계절의 아름다움, 그리고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까지 갖춘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이곳은 단순한 사진 명소를 넘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가을, 역사가 만든 황금빛 터널 아래서 잊지 못할 추억을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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