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네”… 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인 130년 된 설경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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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공세리성당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고딕 성당의 고요함과 강렬함

아산 공세리 성당
아산 공세리 성당 / 사진=충청남도 공식 블로그

겨울이 시작되면 마음이 향하는 공간이 있다. 눈발이 잦아들고 공기가 고요해질 때, 붉은 벽돌을 품은 고딕 성당은 더욱 선명해지고 주변의 오래된 고목들은 묵묵히 그 시간을 지킨다.

충청남도 아산의 공세리성당은 이런 계절의 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성탄 시즌이 되면 경내가 조명으로 물들어 겨울 영화 속 장면처럼 변모하고, 순례지의 깊은 역사와 한류 촬영지의 면모까지 한 번에 만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겨울 여행지로 찾는다.

아산 공세리성당

공세리성당 겨울 모습
공세리성당 겨울 모습 / 사진=충청남도

충청남도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에 자리한 공세리성당은 겨울 분위기를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건축물로 손꼽힌다.

붉은 벽돌 외벽과 뾰족한 첨탑은 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며, 눈이 내리는 날이면 첨탑의 윤곽이 더욱 도드라져 서정적인 풍경을 만든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성당 주변 전역에 조명이 켜져 붉은 벽돌과 겨울의 흰 색감이 따뜻하게 어우러진다. 방문객들은 성당 마당을 천천히 산책하며 조명 아래 비치는 설경과 건물의 선을 감상하는데, 이 시간만큼은 누구라도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다.

이와 달리 낮 시간에 방문하면 성당 본래의 담백한 고딕 실루엣을 선명히 느낄 수 있다. 눈발이 적당히 쌓인 날이면 붉은 벽돌과 하얀 눈의 대비가 유독 뚜렷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공세리성당의 모습을 담기 좋은 때가 된다.

130년 역사를 품은 순교 성지와 성지박물관의 깊은 시간

공세리성당
공세리성당 / 사진=충청남도 공식 블로그

겉모습만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니라, 공세리성당은 한국 천주교사의 중요한 흔적을 품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1894년 대전교구 최초의 본당으로 설립되면서 시작된 이곳의 역사는 순교자 32위를 모시는 성지로 이어지고 있다.

경내를 걷다 보면 고요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며든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는 이들은 차분한 사색을 즐기고, 별채로 마련된 성체조배실에서는 잠시 머물러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진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곳은 성지박물관이다. 옛 사제관 건물을 개보수한 이 박물관에는 1,500여 점이 넘는 유물이 보존되어 있으며 대전교구 최초의 감실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성물과 기록물은 물론 병인박해 당시의 유물도 전시되어 있어 성당이 걸어온 역사를 밀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박물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어 겨울 여행 동선에 자연스럽게 포함하기 좋다.

영화·드라마가 사랑한 촬영지

공세리성당 설경
공세리성당 설경 / 사진=충청남도 공식 블로그

공세리성당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유 중 하나는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언덕 위에 자리한 성당의 고딕 실루엣과 주변의 고목과 붉은 벽돌 색감이 드라마틱한 장면 연출에 제격이다.

겨울철엔 설경이 더해져 장면의 분위기가 한층 더 깊어진다. 대표적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에덴의 동쪽’, ‘미남이시네요’, ‘청담동 앨리스’ 등이 이곳을 촬영 장소로 활용했다.

한류 작품을 봤던 이들은 성당 앞에서 익숙한 장면을 떠올리며 사진을 남기곤 한다. 다양한 작품이 촬영된 장소인 만큼, 성지의 고요함 속에서도 문화 콘텐츠 명소로서의 활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이와 달리 낮 시간대에는 촬영지 특유의 화려함보다 경내의 정적이 더 돋보인다. 겨울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성당의 붉은색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작품 속 풍경을 실제로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공세리성당은 겨울 여행의 만족도를 한껏 높여주는 명소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찾는 겨울 명소

아산 공세리성당 설경
아산 공세리성당 설경 / 사진=충청남도 공식 블로그

공세리성당이 여행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이유는 접근성의 편안함에 있다. 성당은 연중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도 없다. 경내 주차 역시 무료로 제공되어 주말에도 큰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아산 시내에서 610번, 614번, 600번 버스를 이용하면 인주파출소·공세리성당 앞 정류장에 도착하며, 정류장에서 성당 입구까지는 걸어서 약 2분 거리다.

박물관을 함께 방문하고 싶다면 운영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라는 점을 참고해 일정을 잡으면 좋다. 성지 주변에는 수백 년 된 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짧은 산책에도 만족도가 높다.

겨울에 이 길을 걷다 보면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 지닌 포용력에서 비롯된 감정일지 모른다.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은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완만한 휴식처가 된다.

공세리성당 야경
공세리성당 야경 / 사진=충청남도

공세리성당의 겨울은 화려한 장식이나 뜨거운 축제의 열기보다, 조용한 감동과 깊은 울림으로 오래 기억된다.

눈 내린 성당의 고딕 실루엣, 성지박물관이 들려주는 130년의 역사, 드라마 촬영지로서의 친숙한 풍경, 그리고 부담 없는 접근성까지 모두 갖춘 곳이기에 많은 이들이 겨울마다 다시 찾는다.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춰보고 싶다면, 아산 공세리성당에서 고요한 겨울의 시간을 천천히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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