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전부 무료인데 이런 설경을?”… 반송 소나무 품은 300년 겨울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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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현충사, 임진왜란 영웅을 기리는 성역

아산 현충사 설경
아산 현충사 설경 / 사진=국가유산청 현충사관리소

겨울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은 아침, 사당 앞 소나무 가지에 서리가 내려앉는다. 고요함 속에서 역사의 무게만이 또렷하게 남는 시간이다. 계단을 오르면 정려각의 편액이 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본전의 지붕선이 하늘과 맞닿는다.

1706년 건립 이후 300년 넘게 이어진 이 공간은 추모와 교육, 문화유산 보존의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한때 사라졌던 사당은 1932년 민족 지사들의 노력으로 중건되었으며, 1967년 성역화를 거쳐 2011년 기념관 개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봄이면 매화가 피어나고, 여름엔 푸른 가지가 그늘을 만들며, 가을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엔 설경이 펼쳐지는 사계절 명상 공간이다.

숙종 현판부터 박정희 친필까지, 이중 건축의 역사

아산 현충사
아산 현충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충사(충청남도 아산시 염치읍 현충사길 126)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1706년 건립된 사당이다. 1707년 숙종이 ‘현충사’라는 현판을 친히 내렸으며, 이 편액은 현재 구현충사에 보존되어 있다. 1868년 고종 5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되었다가, 1932년 이충무공유적보존회의 주도로 중건되었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의 성역화 사업 추진으로 1967년 본사당 위편에 신현충사가 신축되었으며, 박정희가 직접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신현충사와 구현충사 두 건물이 함께 존재하는 독특한 구조는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역사의 지층을 보여주는 셈이다.

경내에는 넓게 펼쳐진 가지를 자랑하는 반송 소나무가 사철 푸른 기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1970년대 조성된 연못은 궁궐 연못 형태를 모방해 중앙에 작은 섬을 두었다.

정려각 5명 편액과 고택, 활터가 모인 복합 유적

이순신 장군 고택
이순신 장군 고택 / 사진=국가유산청 현충사관리소

정려각에는 이충무공을 포함해 4명의 충신(이완, 이홍무, 이봉상)과 1명의 효자(이제빈) 편액이 모셔져 있다. 조선시대 충효 정신을 기록한 이 공간은 교육적 가치가 높으며, 계단을 따라 사당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다.

고택은 이순신 장군이 무과 급제 전부터 거주했던 곳으로, 1960년대까지 종손이 대대로 살았던 생가다. 뒤편에는 위패를 모신 가묘가 있어 매년 기일에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고택 앞에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자리해 3월 중순이면 봄의 전령이 된다.

고택 옆 활터는 이순신이 말을 타고 활을 쏘며 무예를 연마했던 장소로 전해진다. 현재는 전통 활쏘기 체험장으로 운영되며, 활쏘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겨울에는 운영하지 않음) 활터 주변에는 산수유가 3~4월에 황색 꽃을 피워 봄 경관을 더한다.

2011년 개관 기념관과 계절별 경관의 조화

아산 현충사 반송 소나무
아산 현충사 반송 소나무 / 사진=국가유산청 현충사관리소

충무공이순신기념관은 2011년 4월 28일 이순신 탄신일에 맞춰 개관했다. 전시관에는 국보 난중일기, 보물 장검, 거북선 모형, 십경도 등 임진왜란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교육관에서는 강의와 세미나가 열린다.

매년 4월 28일에는 정부 주관 탄신일 제전이 개최되어 충무공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이어진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것도 특징이다. 1~2월 겨울에는 눈 덮인 경내가 정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4월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10~11월에는 단풍이 고목들과 대조를 이루며 가을 나들이객을 맞이한다. 반송 소나무는 사계절 변함없이 푸른 가지를 유지해 경내의 중심 경관 요소로 자리한다.

무료 입장에 주차 무료, 월요일만 휴무

아산 현충사 연못
아산 현충사 연못 / 사진=아산시

입장료는 무료이며, 운영시간은 하절기(3~10월) 09:00~18:00(입장마감 17:00), 동절기(11~2월) 09:00~17:00(입장마감 16:00)이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주차는 소형 560대, 대형 40대 규모로 무료 운영된다.

천안아산역(KTX/SRT)에서는 터미널을 경유해 아산 시내버스 970·971번을 이용할 수 있으며, 온양온천역(일반열차·지하철 1호선)에서도 같은 버스 노선이 직행한다. 자가용은 경부·천안논산·서해안 고속도로를 경유해 접근 가능하며, 내비게이션에 ‘현충사’를 입력하면 된다.

단체 안내해설은 5인 이상 30인 이하를 대상으로 하루 6회 운영되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문의는 (041) 539-4606 또는 (041) 539-4618로 가능하며, 공식 홈페이지(https://hcs.khs.go.kr)에서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산 현충사 출입문
아산 현충사 출입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충사는 추모와 교육, 문화유산 보존이 삼중으로 겹쳐진 공간이다. 정려각의 편액과 겨울의 설경, 활터의 전통 무예 체험은 방문객에게 역사를 체감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임진왜란 영웅의 정신을 되새기고 싶다면,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물드는 이곳으로 향해 조선의 기억을 마주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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