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니라 붉은 폭포 같아요”… 애기단풍이 수놓은 단 2주의 감동적인 가을 명소

장성 백암산 백양사
백학봉과 애기단풍이 만든 붉은 수채화

가을이 깊어지면 ‘붉은 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 있다. 바로 내장산 국립공원 백암지구에 속한 백암산 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백양사가 있다.

이곳이 다른 단풍 명소와 구별되는 특별한 이유는, 일반 단풍잎보다 훨씬 작고 촘촘해 유난히 화려한 ‘애기단풍’ 때문이다.

“백학봉이 연못에 잠기고, 애기단풍이 수면을 물들이다”

백양사 가을 풍경의 랜드마크는 단연 쌍계루와 그 앞의 연못이다. 백양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백암산의 거대한 흰색 암봉, 백학봉 (651m)이 이 연못에 그대로 반영된다.

가을이면 연못을 향해 기운 단풍나무의 진한 붉은빛이 더해져, 마치 수면까지 붉게 타오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하얀 바위산(백학봉)과 붉은 단풍, 그리고 고찰의 누각이 한데 어우러져 연못에 잠기는 이 풍경은 수많은 사진가가 단풍 시즌을 기다리는 이유이다.

잎이 작아 더 화려한 ‘애기단풍’의 비밀

이곳의 단풍은 일반 단풍과 구별되는 애기단풍이라 불린다. 문자 그대로 잎이 아기 손처럼 작고 앙증맞기 때문이다. 잎이 작은 만큼 가지에 더 촘촘하게 맺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색이 들기 시작하면 마치 붉은 물감을 부어놓은 듯, 일반 단풍보다 훨씬 밀도 높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특히 사찰 진입로에 울창하게 조성된 단풍나무 터널은, 한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빽빽한 가을의 정수를 보여주는 구간이다.

천연기념물을 품은 백암산의 품격

이 아름다운 애기단풍을 품은 백암산은 전북 순창군과 전남 장성군에 걸쳐 있으며, 해발 741m의 상왕봉을 주봉으로 한다. 높이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뽐낸다.

특히 이곳은 천연기념물이 집단으로 분포하는 생태의 보고이다. 천연기념물 제91호인 ‘장성 백양사의 굴거리나무 군락’과 제153호인 ‘장성 백양사 비자나무 숲’이 사찰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붉은 애기단풍뿐만 아니라 사철 푸른 비자나무와 굴거리나무의 깊은 생명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절정 시기 그리고 ‘완전 무료’ 방문 팁

방문을 계획한다면 시기가 중요하다. 백양사 단풍 절정 시기는 통상 11월 5일에서 11월 10일 전후로, 내장산과 비슷하거나 조금 늦게 찾아온다. 올해 역시 10월 말부터 11월 중순(10월 30일~11월 15일) 사이가 가장 아름다울 것으로 관측된다.

백양사의 주소는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이며, 종무소 연락처는 061-392-7502이다. 무엇보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비용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점이다.

2023년 5월부로 문화재 관람료(입장료)가 전면 무료화되었으며, 현장 정책에 따라 주차장 이용료까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 부담 없이, 대한민국 최고의 애기단풍 절경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다. 이번 주말, 백학봉의 위엄과 애기단풍의 화려함이 연못에 함께 잠기는 황홀한 풍경 속으로 떠나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