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생태 보전과 관광의 결합

겨울 산자락을 따라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아침, 백두대간 능선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 해발 수백 미터 고지대를 감싼 원시림은 새벽 안개와 뒤섞이며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도심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이곳에서는 발밑을 스치는 낙엽 소리조차 선명하게 들린다.
축구장 7,000개를 합친 면적에 백두산호랑이가 뛰노는 숲이 있다. 지하에는 세계 최초 야생 식물종자 영구 저장시설이 자리하며, 26개 테마 정원에는 희귀 고산식물이 사계절 자태를 드러낸다. 연구와 관광이 공존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생물다양성 보전의 현장이자 가족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백두대간이 품은 거대한 자연 도서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생태와 교육의 조화를 따라가 본다.
백두대간 중심부에 자리한 아시아 최대 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은 면적 5,179ha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수목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한탐식물원(6,229ha) 다음으로 세계 2번째 규모를 자랑하며,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1,400km 중심부에 위치한다.
생태탐방지구 4,960ha와 관리위탁지역 219ha로 구성된 이 공간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총 2,200억 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소속 국립 수목원인 이곳은 2017년 5월 17일 기관으로 출범했고, 2018년 5월 3일 정식 개원했다. 수목원은 산림생물 자원을 보전·연구하는 동시에 대중에게 생태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복합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백두산호랑이와 시드볼트, 세계적 보전 시설

수목원의 상징은 단연 호랑이숲이다. 면적 3.8ha, 축구장 6개 크기에 달하는 이 공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백두산호랑이 서식 환경을 갖췄다.
약 100년 전 한반도에서 야생 개체가 사라진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를 보전하고 야생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시설로, 넓은 울타리 안에서 호랑이가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전망 데크에서는 숲과 바위를 배경으로 호랑이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수목원 내부에는 26개 이상의 테마 정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잔디언덕(그라스힐)에서는 백두대간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산림환경연구동과 교육관에서는 연구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산림생물다양성 보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
트램 탑승부터 계절별 관람 팁까지

수목원은 하절기(3~10월) 09시부터 18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17시다. 동절기(11~2월)에는 09시부터 17시까지 운영되고 입장 마감은 16시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은 휴관하며,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쉰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수목원 내부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트램(타이거 트레인)은 넓은 면적을 이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26년 2월 1일부터 성인 4,000원, 어린이 및 청소년 3,000원(편도 기준)으로 요금이 인상될 예정이다. 만 6세 이하는 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유아 동반 가족에게 유용하다.
호랑이숲 관람 시간은 하절기 10시부터 17시까지, 동절기 10시부터 16시까지이며, 동절기에는 최소 오후 3시까지 입장해야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다. 기상 악화 시 트램과 일부 야외 시설이 임시 중단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봉화 지역 관광과 상생 프로젝트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국립세종수목원을 합친 누적 관람객은 2025년 12월 말 기준 610만 명을 돌파했다. 백두대간수목원만 보면 2018년 약 21만 명에서 2024년 약 34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봉화군 정주 인구 약 2만 8,000명의 1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성장은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여름·가을 시즌에 열리는 봉자페스티벌은 8만 명 이상이 방문해 지역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수목원에서 차량으로 10~15분 거리에는 춘양전통시장과 춘양면 소재지가 있어 지역 농산물과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수목원 인근 생태탐방지구에서는 백두대간 숲을 걸으며 고산·희귀식물을 관찰하는 트레일도 마련되어 있어 본격적인 생태 탐방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산림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가족형 생태 관광지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수행하는 공간이다.
연구·교육·관광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곳에서 백두대간의 생태적 가치를 체험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수목원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겨울 설경과 고요한 숲길을 걷고 싶다면, 동절기 오전 시간대에 이곳을 찾아 백두대간이 선사하는 고요와 경이를 마주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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