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숨결을 따라 달리는 백두대간협곡열차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 잠시 멈춰 서서 자연과 마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오롯이 풍경에 집중할 수 있는 여행, 그것도 기차 위에서라면 어떨까?
백두대간협곡열차, 일명 V-트레인은 단순한 관광열차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백호무늬의 외관을 입고 깊은 협곡과 숲 사이를 느리게 달리는 이 열차는 유리창 너머로 백두대간의 절경을 펼쳐 보이며 차창 밖 풍경을 고스란히 품게 한다.

V-트레인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개방형 관광열차로, 영주에서 철암까지 27.7km 구간을 운행한다. 영동선 중에서도 가장 절경이라 불리는 백두대간 협곡을 따라 영주–봉화–춘양–분천–양원–승부–철암을 천천히 누빈다.
‘V’는 협곡(Valley)의 약자이자 백두대간의 깊고 가파른 지형을 상징한다. 열차 외관은 백호무늬로 꾸며져 있어 마치 백두산 호랑이가 협곡을 질주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복고풍 열차는 천장을 제외한 모든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풍경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분천역부터 석포역까지, 열차는 시속 30㎞의 느린 속도로 운행된다. 이 덕분에 여행자는 창밖 풍경 하나하나를 천천히 그리고 깊이 감상할 수 있다.
절벽과 바위산, 드넓은 숲 사이로 이어지는 철로는 그야말로 백두대간의 심장부를 통과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승부역과 양원역에서는 약 10분간 정차하여 승객들이 잠시 열차 밖으로 나와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간단한 먹거리나 지역 농산물을 즐길 수 있다.
백두대간협곡열차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열차의 디자인과 구성에도 ‘추억’과 ‘감성’을 불어넣은 정성이 가득하다.
복고풍 나무 인테리어와 유리창 너머의 풍경이 어우러지는 공간은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냉난방 없이 자연 그대로의 기온을 체험하는 객실은 불편함보다는 낭만에 가깝다. 겨울에 화목난로에 고구마를 구워 먹고, 여름엔 바람과 햇살이 만든 선풍기 바람을 느끼는 경험은 흔치 않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과 달리 이 열차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게, 그러나 더 진하게 기억된다.
백두대간협곡열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하나의 여정이다. 절벽과 숲, 협곡 사이를 천천히 누비며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는 기차다.

그 속에서 우리는 바쁘게 지나쳐버린 계절의 아름다움, 그리고 잊고 있던 여유를 되찾게 된다.
만약 지금 일상에 쉼표가 필요하다면? V-트레인의 창밖으로 펼쳐질 백두대간의 풍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멈추고 싶은 당신에게 이보다 완벽한 여행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 열차에 올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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