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부터 출렁다리까지 한번에 즐긴다”… 조용히 입소문 타는 섬 트레킹 명소

입력

군산 방축도, 독립문바위 품은 섬

군산 방축도
방축도 / 사진=군산 공식블로그 심인섭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서는 방파제. 그 숙명적인 이름처럼 방축도는 고군산군도의 북서쪽 최전선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섬이다.

암석이 많고 물살이 거세 여느 배가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이곳은, 역설적으로 강태공들에게는 짜릿한 손맛을 선사하는 농어 낚시의 성지이자, 아는 사람만 아는 비경의 섬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 놓인 다리 하나가 이 신비로운 섬의 봉인을 해제했다.

방축도 여행은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닌, 아찔한 ‘시간 여행’에 가깝다. 한 걸음엔 수천 년 전의 역사가, 다른 한 걸음엔 최첨단 기술의 현재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 섬의 진짜 매력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 드라마틱한 경험에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전설… 섬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

방축도 섬 트레킹
방축도 / 사진=군산 공식블로그 심인섭

이 작은 섬이 품은 시간의 깊이는 상상 이상이다. 방축도의 공식 주소인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옥도면 방축도리’의 마을 뒷산에서는 청동기 시대의 유적인 고인돌 8기가 발견되어 고고학적 가치를 빛낸다.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통일신라 시대, 당나라 상인들이 표류하다 이곳에 정착했다는 전설은 섬의 역사가 단순한 돌무덤을 넘어 국제 교류의 무대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간의 흔적은 지명에도 켜켜이 쌓여 있다. 북서풍을 막아주는 지형 덕에 ‘방축금(防築金)’, 마을 중앙에 있다 하여 ‘샛금’, 모래가 많아 ‘모래미’ 등, 하나의 섬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다. 마치 섬의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듯, 이 이름들은 이곳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과 시간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현재를 걷다: 83미터 출렁다리 위, 아찔한 시공간 이동”

방축도 출렁다리
방축도 / 사진=전라북도 공식블로그 이태권

과거로의 여행에 흠뻑 젖어들 때쯤, 눈앞에 나타난 길이 83m의 세련된 출렁다리는 여행객을 순식간에 21세기로 소환한다. 총 1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방축도와 광대도를 잇는 이 다리는 단순한 통행로가 아니다.

고군산군도 끝자락의 5개 섬(말도-보농도-명도-광대도-방축도)을 4개의 다리로 연결하는 거대한 트레킹 코스의 화룡점정이다. 다리 위에 서면 발아래로 거센 조류가 소용돌이치고, 눈앞에는 원시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아찔한 대비야말로 방축도 시간 여행의 백미다.

“시간을 초월한 자연의 걸작, 독립문바위”

방축도 독립문바위
방축도 / 사진=군산 공식블로그 심인섭

과거와 현재를 모두 경험했다면, 이제 시간을 초월한 자연의 작품을 만날 차례다. ‘걷기 좋은 섬 10’에 선정된 방축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독립문바위다. 잘 정비된 데크길을 따라 바다를 보며 20분쯤 걸으면, 마치 거대한 조각품 같은 기암괴석이 위용을 드러낸다.

썰물 때는 바위 아래까지 걸어 들어가 그 웅장함을 체감할 수 있고, 밀물 때는 배 한 척이 넉넉히 지날 만큼 거대한 아치 사이로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방축도 출렁다리 전경
방축도 / 사진=군산 공식블로그 심인섭

이곳은 단순한 바위가 아닌 살아있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와 가마우지가 이 바위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낚시꾼의 비밀 장소에서 이제는 모두의 트레킹 성지로 거듭난 방축도. 수천 년의 고고학과 최신 건축 기술, 그리고 영겁의 세월이 빚어낸 자연이 공존하는 이곳은 올여름, 당신에게 가장 특별한 시간 여행을 선물할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