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말고 다들 여기 간다고?”… 황금빛으로 물든 거대한 32m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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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국내 최고령 천연기념물이 빚어내는 가을의 절정

반계리 은행나무 전경
반계리 은행나무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가을빛이 깊어질수록 원주의 들판 한가운데에서는 유난히 눈길을 붙드는 장면이 펼쳐진다. 사람의 역사보다 오래된 한 그루의 나무가 계절의 변화에 맞춰 황금빛을 드리우며 또 하나의 절정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높이 약 32미터까지 치솟은 이 거대한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된 국내 최고령 은행나무로, 2024년 과학 조사에서 1317년의 공식 수령이 확인된 뒤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5년 가을에는 새롭게 조성된 광장이 개방되면서 나무의 위용을 이전보다 가까이에서, 더 온전한 형태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된 전설과 자연의 세월이 공존하는 이곳은 잠시 멈추어 서기만 해도 마음이 깊어지는 특별한 공간이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반계리 은행나무
반계리 은행나무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반계리 은행나무는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1495-1에 위치하여, 원주시의 들판을 지키며 무수한 시간을 견뎌왔다. 예로부터 이 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신목으로 여겨져 특별한 보호를 받아왔고, 여러 구전 설화가 나무를 둘러싸고 이어졌다.

성주 이씨의 선조가 직접 심었다는 이야기와 길을 지나던 승려가 꽂아둔 지팡이가 자라났다는 설화가 그 대표적인 예다.

나무 속에 흰 뱀이 산다는 믿음은 그 존재를 더욱 신성하게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잎이 한꺼번에 물드는 해에는 풍년이 찾아온다고 여겼고, 그래서 가을이 오면 나무의 변화는 자연의 신호처럼 여겨지곤 했다.

수령 1317년이라는 과학적 검증은 이 오래된 신성함을 현대적 방식으로 다시 확인한 셈이다. 둘레 16m가 넘는 굵은 줄기와 사방으로 뻗어 나간 가지의 균형은 세월이 빚어낸 조형물처럼 느껴지며, 천 년 이상 같은 자리를 지켜온 존재만이 풍길 수 있는 묵직함을 전달한다.

새롭게 열린 광장에서의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2025년 가을의 풍경은 그 자체로도 특별하지만, 나무를 둘러싼 공간의 변화는 또 다른 감동을 더한다. 원주시는 나무 보호와 관람 동선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해오던 광장 조성 공사를 계획보다 앞당겨 9월 말에 마무리했다.

광장이 개방된 이후 방문객들은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나무 전체의 윤곽이 시원하게 드러나는 구조를 경험할 수 있다.

넓게 퍼진 가지의 형태와 균형 잡힌 줄기의 비율,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열린 공간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도 비교적 여유로운 감상이 가능한 이유도 이러한 동선 설계 덕분이다.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된다는 점 역시 여행자에게는 큰 장점이다. 하루 어느 때든, 심지어 저녁의 은은한 가을빛 속에서도 이 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은 이곳의 매력을 더 확장시켜 준다.

황금빛이 흐르는 가을의 현장감

반계리 은행나무 모습
반계리 은행나무 모습 / 사진=강원관광

반계리 은행나무 앞에 서면 누구나 잠시 말을 잃게 된다. 수세기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거목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가을이면 더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나무 아래에는 노랗게 떨어진 잎들이 겹겹이 쌓이며 황금빛 융단을 만든다. 사진으로는 담기 어려운 밀도와 깊이는 직접 눈으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실감된다.

해질녘이 되면 긴 그림자가 들판을 가로지르며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밤에는 잎에 남은 빛이 은은하게 번지며 고요한 기운을 더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매년 같은 시기에 다시 찾으며 자신의 가을을 이곳에 기록해 두곤 한다.

이 나무는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오랜 전설과 마을의 기억, 그리고 자연이 이어온 순환이 동시에 느껴지는 장소다. 잠시 나무 아래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느긋해지고, 흐르는 계절의 속도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찾아가는 길과 여행 팁

반계리 은행나무 가지
반계리 은행나무 가지 / 사진=강원관광

이 거대한 은행나무는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1495-1번지 일대에 자리한다. 도로명 주소는 반저리2길 42 또는 반저리1길 25-1 등으로 표기되는데, 방문 목적지 검색 시 지번 주소를 이용하면 가장 정확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5번 또는 55-1번 버스를 타고 문막 방면으로 이동한 뒤, 문막2리 마을버스로 환승하면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다만 마을버스는 운행 횟수가 제한되어 있어 시간표 확인이 필수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남원주IC에서 약 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비교적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주차는 현장에서 가능하며, 관람은 24시간 개방되는 만큼 여행 동선을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다. 특히 새벽의 고요함이나 저녁 무렵의 낭만을 원한다면 혼잡을 피해 여유로운 시간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반계리 은행나무와 시민들
반계리 은행나무와 시민들 / 사진=강원관광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는 단순히 단풍을 보러 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천 년의 시간이 한자리에 귀속된 특별한 공간이다.

과학적으로 확인된 1317년의 수령과 새롭게 조성된 광장이 더해지며, 이 나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온전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찾기 어렵지 않고,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으며, 시간대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이곳은 짧은 가을 속에서도 오래도록 기억될 여정을 선사한다.

계절이 깊어지는 지금, 고요한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이 거대한 나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보는 경험은 분명 잊기 어려운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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