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3대 사찰로 불리는 게 아니네”… 접근성 좋고 보물 가득한 1300년 사찰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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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어사
문화유산과 자연이 어우러진 사찰

범어사 모습
범어사 모습 / 사진=비짓부산

12월의 금정산 자락은 겨울의 고요가 내려앉는다. 그 산세 깊숙이, 천년을 넘긴 전각들이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래 영남 불교의 중심축을 이어온 이 사찰은, 해인사·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불리며 한국 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한다.

임진왜란의 병화를 넘어 1950년대 불교정화운동의 거점이 되었고, 2012년에는 조계종 8대 총림 중 하나로 지정되어 선수행 도량으로 거듭났다. 1,300년 역사와 현대적 진화가 공존하는 범어사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부산 범어사

범어사
범어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18년인 678년 의상대사가 화엄십찰 중 하나로 창건한 고찰이다. 삼국유사에는 ‘금정산의 범어사(金井之梵魚)’라는 이름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흥덕왕 대에 이르러서는 방사 360칸, 소속 토지 360결, 노비 100여 호를 거느릴 정도로 성장했다.

신라 화엄종의 중요한 교리 전파처로서, 그리고 영남 지역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의 참화로 모든 건물이 소실되어 거의 폐허가 되었다. 이후 1602년 임시 복구가 이루어졌고, 광해군 5년인 1613년 묘전화상 등 선승들의 노력으로 본격적인 중건이 시작되어 오늘의 범어사로 이어졌다.

국보 삼국유사와 조선 중기 건축

범어사 삼층석탑
범어사 삼층석탑 / 사진=문화재청

범어사는 최근 수십 년간 문화유산 보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사찰이 보유한 삼국유사 권4~5는 2020년 국보로 승격되었는데, 이는 현존하는 판본 중 가장 오래된 1394년 판본으로 의상대사의 전기인 ‘의상전교(義湘傳敎)’를 담고 있다.

반면 대웅전은 1966년 보물 434호로 지정되었으며, 신라 문양과 조선시대 중기 건축 양식을 동시에 취하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정면과 측면이 각각 3칸인 맞배지붕 건물로, 신라와 조선의 미학이 만나는 희귀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보물 1526호)은 1661년 조각승 희장의 완숙기 작품으로, 조각승의 명문이 남아 제작자를 명확히 알 수 있는 귀중한 목공예품이다. 2021년에는 전국 사찰 중 최대 규모의 성보박물관을 개관하여 3만여 점의 불교문화재를 소장·전시하고 있으며, 그중 조선 후기 불화만 70여 점에 달한다.

가을 단풍이 만든 황금빛 산사

범어사 단풍
범어사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보달

범어사의 또 다른 매력은 금정산 자락이라는 위치 자체에 있다. 특히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단풍 시즌에는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이어지는 길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이 기간 동안 천왕문과 미륵전 주변의 고목들은 깊은 황금빛을 드러내며, 기와지붕 사이로 비치는 단풍잎은 사진 명소로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반면 12월에 접어들면 단풍은 지고 겨울의 고요가 사찰을 감싸는데, 이때는 대웅전 창호가 겨울 햇살 속에서 더욱 돋보이며 산사의 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노을 시간대에 방문하면 구름과 산 능선이 어우러진 풍경을 배경으로 고즈넉한 사진을 남길 수 있으며, 성보박물관 2층 불화실에서는 조선 후기 불화 전시회를 별도 요금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범어사 템플스테이
범어사 템플스테이 / 사진=범어사 홈페이지

범어사(부산시 금정구 범어사로 250)는 비교적 접근성이 좋다. 부산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5~7번 출구로 나가 90번 버스를 타면 약 20~30분 만에 범어사입구 정류소에 닿는다. 자동차로는 범어사로를 따라 올라가며, 주차비는 소형차 기준 2,000~3,000원 선이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더 자세한 정보는 051-508-3122로 문의하거나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범어사에서는 템플스테이와 공양간에서의 사찰 음식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사전 예약이 필수다. 또한 범어사를 출발점으로 금정산성의 동문이나 북문까지의 트레킹(약 1.5~2km, 소요 시간 40~50분)을 추천할 만하며, 고당봉(해발 801.5m)까지 올라가면 부산 도시 전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범어사 풍경
범어사 풍경 / 사진=부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지민영

범어사는 신라 이래 1,300년의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2019년 선문화교육관과 2021년 성보박물관 개관으로 현대에 다시 태어난 사찰이다.

국보 삼국유사와 여러 보물을 소장한 문화유산으로서, 그리고 동시에 한국 불교의 중요한 수행 도량으로서 그 위상을 지켜내고 있는 셈이다.

부산의 대도시 속에서 금정산 자락에 이토록 깊은 역사와 고요함이 공존하는 곳은 드물다. 접근성 좋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품은 범어사는 영성과 문화, 그리고 자연을 함께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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