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벼슬 받은 소나무라니 진짜네요”… 세조의 가마를 든 수령 600년 천연기념물

속리산 법주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마주하는 이 노거수는 조선 세조의 전설과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채 웅장한 자태로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
보은 속리 정이품송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효직

핵심 요약

  • 충북 보은 속리산 초입에 위치한 정이품송은 세조의 가마 전설을 품은 수령 약 600년의 천연기념물 소나무입니다.
  • 높이 14.5m 규모의 정이품송은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되며 주변에 주차 공간과 산책로가 완비되어 있습니다.
  • 혼잡을 피해 이른 아침에 방문하고 인근 법주사 관람 및 속리산 트레킹을 연계한 당일 코스를 추천합니다.

초여름 속리산 가는 길, 빛이 나무 사이로 새어들어 길 한가운데를 환하게 물들이는 지점이 있다. 차창 밖으로 나타나는 한 그루의 소나무는 그 자체로 길을 막아서는 듯 웅장하게 서 있다.

수백 년의 세월이 껍질 속에 새겨진 이 나무 앞에서는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조선 시대 임금이 나무에 정2품, 오늘날로 치면 장관급 관직을 내렸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믿기 어려운 이 이야기가 나무의 이름이 되었고, 그 이름이 60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꼿꼿이 서 있는 정이품송이 그 주인공이다.

속리산 초입을 지키는 600년 노거수의 입지

정이품송 모습
정이품송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정이품송(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17-3번지)은 속리산 법주사로 향하는 길 한가운데에 자리한 소나무다. 국가유산청 자료 기준 높이는 약 14.5m이며, 가슴높이 줄기 둘레는 약 4.77m에 이른다.

수령은 500-600년 또는 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가지 길이는 동서 방향 약 19.9m, 남북 방향 약 19m에 달해 넓게 펼쳐진 수관이 인상적이다.

삿갓 또는 우산을 편 듯한 수관 형태가 단아하고 균형 잡힌 모습을 만들어 내며, 이 형태만으로도 여타 노거수와 구별되는 독보적인 경관을 형성한다. 크기와 나이, 특이한 수관 형태로 인해 생물학적·생물유전자원적 가치가 큰 노거수로 평가된다.

세조의 가마를 들어 올린 나무의 전설

전설을 품은 정이품송ㅍ
전설을 품은 정이품송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효직

1464년, 세조 10년에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중 임금이 타던 가마가 이 소나무 아랫가지에 걸릴 위기에 처했다. “연이 걸린다”는 말이 나오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위로 들어 가마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한 세조가 비를 만나 이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내려온다.

세조는 소나무의 충정을 기리어 정2품 품계를 내렸고, 이로부터 ‘정이품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임금의 가마가 걸릴 뻔한 상황과 관련해 ‘연걸이 소나무’라는 별칭도 생겨났다.

다만 이 이야기는 전설로 전해질 뿐, 조선왕조실록 등 공식 기록에서 직접적인 벼슬 수여 기록이 확인된다는 해석은 없다. 그럼에도 이 전설은 조선 시대의 충성과 위계 의식, 자연을 인격화하는 인식을 담은 상징적인 이야기로 자리잡았다.

솔잎혹파리 피해부터 강풍 훼손까지, 오랜 보호 역사

우산 모양이였던 정이품송
우산 모양이였던 정이품송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정이품송은 1962년 12월 7일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되어 국가 자연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1970년 이후 솔잎혹파리 피해가 이어지자 1982년에는 넓은 보호구역을 조성하고 철책을 설치하는 등 보호 조치가 취해졌다.

본래 좌우 대칭에 가까운 우산 모양의 수관을 자랑했으나, 1993년 강풍으로 서쪽 큰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으면서 현재는 다소 비대칭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후에도 남은 가지와 수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점검과 보강 조치가 이어졌으며, 씨앗에서 키운 후계목(자목)을 육성해 일부를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으로 유전자 보존도 추진되고 있다.

공원 산책부터 법주사 연계까지, 이용 안내

보은 법주사
보은 법주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효직

정이품송 공원은 별도의 폐쇄 안내 없이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주변에 차량 방문객을 위한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공원 내 산책로와 안내판이 잘 정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나무 주변에는 보호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어 직접 손을 댈 수는 없지만, 일정 거리에서 수관 전체를 조망하도록 동선이 구성되어 있다. 방문객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한적한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문의는 보은군청 문화관광과(043-540-3394)로 하면 된다. 정이품송은 속리산 법주사와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어 법주사 관람, 속리산 트레킹과 함께 자연·역사·문화를 아우르는 당일 코스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정이품송 공원
정이품송 공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600년 가까운 세월을 속리산 초입에서 버텨온 나무 한 그루가 전설과 생태적 가치를 함께 품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는 무게감을 전한다. 나무를 의인화한 이야기가 국가 자연유산의 상징으로 이어져 온 방식 자체가 한국 전통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늦봄부터 여름에 걸쳐 신록이 짙어지는 계절이라면, 초록 숲길과 어우러진 정이품송의 수관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속리산 방면 여행 일정을 잡는다면 출발 전 이 노거수 앞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는 시간을 더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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