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경을 차 안에서 본다니”… 해발 1,124m, 가을 절정 맞은 억새·단풍 드라이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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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보현산 천수누림길
별빛과 단풍이 어우러진 하늘 산책로

보현산 천수누림길
보현산 천수누림길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의 보현산은 ‘별의 도시 영천’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산이다. 해발 1,124m의 높이에서 별빛이 가장 또렷하게 반짝이는 이곳은, 동양 최대 규모의 광학망원경이 설치된 보현산천문대가 자리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천문대만큼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바로 하늘을 향해 걸어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보현산 ‘천수누림길’이다.

시루봉과 천문대를 잇는 약 1km의 데크길은 가을이 되면 야생화와 단풍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책로가 된다.

보현산 천수누림길

보현산 천수누림길 가는 길
보현산 천수누림길 가는 길 / 사진=경상북도문화관광

보현산 천수누림길은 천문대 종합주차장(해발 약 1,100m)에서 출발해 시루봉(1,124m)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다. ‘천수를 누릴 수 있는 하늘길’이라는 이름처럼, 데크가 완만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어 걸을수록 구름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을 준다.

길의 초입에는 ‘숲길이 몸을 치유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혈압을 낮추고 아토피와 천식이 완화된다는 설명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속 공기의 효과를 느끼게 한다.

데크는 지면에서 30~100cm 정도 높게 설치되어 있어 걷는 동안 시선이 자연과 맞닿는다. 발 아래로는 산자락이 부드럽게 내려가고, 옆으로는 사람 키만 한 식물들이 병풍처럼 둘러싼다.

이 길에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사람도 많다. 원목으로 만든 데크는 발바닥에 전해지는 감촉이 따뜻해 산림욕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야생화와 단풍이 어우러진 천수누림길의 가을

천수누림길 억새
천수누림길 억새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보현산은 경북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야생화의 보고’다. 천문대에서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천수누림길을 따라가면 덩굴개별꽃, 금강애기나리, 큰애기나리, 미나리냉이 같은 꽃들이 산비탈을 수놓는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달라, 봄에는 흰색과 노란색, 여름에는 연보라색, 가을에는 붉은 잎사귀가 어우러지며 사계절의 풍경을 그린다.

특히 가을의 천수누림길은 단풍과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길 곳곳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하늘빛과 맞닿아 빛나는 모습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을 햇살이 데크 위에 부드럽게 쏟아지는 오후, 이 길을 걷는 이들은 대부분 발걸음을 늦춘다.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 별빛이 내려앉을 준비를 하는 하늘과, 붉게 타오르는 단풍잎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완벽한 한 폭의 그림이다.

보현산의 또 다른 얼굴

천수누림길 전망대
천수누림길 전망대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낮의 천수누림길이 자연의 색으로 물드는 곳이라면, 밤의 보현산은 별빛으로 물든다. 영천시는 전국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도시’로 꼽히며, 그 중심에는 보현산천문대가 있다.

이곳은 국내 최대 구경의 1.8m 광학망원경을 보유한 동양 최대 규모의 광학 천문대로, 맑은 날이면 쏟아질 듯한 별들을 관찰할 수 있다.

천문대 방문자센터에서는 천체관측 프로그램과 별자리 해설이 진행돼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도 좋다. 낮에 천수누림길을 걸었다면, 저녁에는 주차장 인근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빛 여행을 즐겨보자.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는 은하수가 선명하게 보이며,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하늘의 깊은 어둠이 펼쳐진다.낮에는 하늘길, 밤에는 별빛길로 변하는 천수누림길의 매력은 이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천문대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천수누림길 단풍
천수누림길 단풍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보현산 천문대까지 오르는 길은 단순한 산길이 아니다. 정각리 별빛마을에서 시작되는 약 10km의 도로는 구불구불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며, 억새와 단풍이 길 가장자리를 수놓는다.

문체부가 선정한 ‘사진 명소’답게,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인기다. 가을 햇살이 비치는 도로 위를 달리면 창문 너머로 억새가 물결치고,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잠시 멈춰 서면 보현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도로의 끝에는 천문대 종합주차장이 있다. 여기서부터 천수누림길이 시작되는데, 등산 장비 없이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다.

구두 차림으로도 걷기 좋은 길이라, 연인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가볍게 찾기에도 부담이 없다. 특히 주차장 근처의 별 모양 전망대에서는 천문대와 시루봉, 그리고 멀리 펼쳐진 영천 시내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풍경 속에서 ‘이곳이 정말 지상인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천수누림길
천수누림길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보현산 천수누림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영천의 풍경, 하늘에 닿을 듯한 데크길, 그리고 밤이 되면 쏟아지는 별빛까지. 자연과 우주의 경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과 마주하고 싶을 때, 또는 누군가와 하늘을 함께 바라보고 싶을 때, 이곳만큼 어울리는 장소는 드물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천수누림길의 단풍은 더 짙어지고, 하늘은 더 맑아진다. 이번 주말, 하늘을 걷는 듯한 이 길에서 별빛과 단풍이 함께하는 순간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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