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사
붉은 절벽과 마주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수직 단풍’ 명소

매년 가을이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단풍 명소를 검색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융단을 기대하며 전국 각지로 떠나지만, 때로는 인파에 밀려 감동이 반감되기도 합니다.
만약 올해만큼은 정말 다른, 숨 막히는 가을 풍경을 독점하고 싶다면 여기를 주목해야 합니다. 산이 붉게 물드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바위 절벽 자체가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타오르는 곳. 바로 봉화 청량사의 가을입니다.
이곳의 단풍은 우리가 알던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옆으로 넓게 퍼지는 대신, 하늘을 향해 솟구친 기암괴석 사이사이를 채우며 수직으로 불타오릅니다.
봉화 청량사

봉화 청량사 단풍 여행의 백미는 단연 응진전에서 시작됩니다.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길 199-152, 사찰 본전에서 산길을 따라 30분 남짓 오르면 만나는 이 작은 암자는 그야말로 하늘에 떠 있는 듯 아찔하게 절벽 끝에 매달려 있습니다.
원효대사가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이곳에 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숨을 삼키게 됩니다.
뒤로는 거대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버티고 섰고, 발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입니다. 그리고 시선이 닿는 모든 바위틈과 절벽 허리를 붉고 노란 단풍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왜 청량산의 가을은 특별한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내장산이나 주왕산의 단풍이 온 산을 뒤덮는 장엄한 ‘군락’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청량산의 단풍은 전혀 다른 미학을 제시합니다.
바로 ‘조화와 대비’의 미학입니다. 청량산 단풍은 산 전체를 덮는 대신, 12개의 거대한 암봉 사이사이를 비집고 나와 자신의 색을 드러냅니다.
이는 산의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수평적 파노라마’가 아닌,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시선이 오르내리는 ‘수직적 파노라마’를 만듭니다.
차갑고 단단한 질감의 회색빛 바위와 불타는 듯 뜨거운 색감의 단풍이 이루는 극명한 대비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청량산 단풍만의 매력입니다.
천년 고찰, 고즈넉한 가을빛에 스며들다

압도적인 응진전의 풍경에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면, 사찰의 중심인 유리보전 주변의 고즈넉한 가을을 만끽할 차례입니다.
고려 공민왕의 친필 현판이 걸린 이 법당 앞마당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한 단풍이 고찰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마 끝에 걸린 단풍잎, 석탑 옆에 수줍게 물든 나무 한 그루가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곳에서는 치열한 아름다움 대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위로의 풍경이 기다립니다.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법당과 그 곁을 잠시 머물다 가는 가을 단풍의 조화는, 왜 수많은 이들이 번잡함을 피해 이곳을 찾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후회 없는 단풍 여행을 위한 실용 정보

최고의 풍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몇 가지 정보가 필수입니다. 봉화 청량사 자체의 입장료는 없지만, 사찰이 속한 청량산도립공원에 입장할 때 주차료를 내야 합니다.
주차 요금은 경차 2,000원, 승용차와 같은 소형차는 비수기 4,000원, 성수기 5,000원이 부과됩니다.
주차장에서 사찰 경내까지는 약 20~30분, 응진전까지는 추가로 30분 정도의 산행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편한 운동화를 착용해야 합니다.
올가을,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단풍을 찾고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병풍처럼 펼쳐진 붉은 절벽 아래서 고요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 봉화 청량사는 당신의 가을에 가장 강렬하고도 깊은 한 페이지를 선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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