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도 인정한 가을 명소”… 걸음마다 감탄 나오는 130m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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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선유교
낙동강 위에서 걷는 퇴계의 길

봉화 선유교
봉화 선유교 / 사진=봉화 공식블로그 이정우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로 알려진 미슐랭 가이드가 여행지를 평가하는 ‘그린가이드’를 발간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놀랍게도 그 가이드북 한국 편에 당당히 별점을 획득한 도로가 있다. 안동에서 봉화, 태백으로 이어지는 국도 35호선이 그 주인공이다.

미슐랭 그린가이드의 별점 1개(★)는 ‘흥미로운 관광지’를 의미하는 등급으로, 그 자체로 방문할 가치가 충분함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는 뜻이다. 바로 그 길 위,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은 지금 가장 빛나는 보석 같은 장소가 숨어있다. 바로 봉화 선유교다.

“신선이 노닐던 다리, 옛 선비의 길을 걷다”

봉화 선유교 다리
봉화 선유교 / 사진=봉화 공식블로그 이정우

청량산의 붉은 단풍과 낙동강의 푸른 물빛이 어우러지는 국도 35호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예던길 선유도’라는 낯선 이름의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호기심에 이끌려 차를 세우고 들어서면, 강 건너편을 향해 길게 뻗은 아찔한 출렁다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신선이 노닐던 다리라는 뜻의 봉화 선유교는 총 길이 130m, 폭 2m의 위용을 자랑하며 여행객을 맞이한다.

다리 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발밑으로 흐르는 낙동강의 물줄기와 출렁이는 다리의 미세한 흔들림이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하지만 잠시 후 고개를 들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에 아찔함은 이내 감탄으로 바뀐다. 수백 년 된 듯한 기암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 그리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현대적인 다리의 조화는 왜 이곳이 미슐랭의 선택을 받았는지 온몸으로 증명한다.

10대 소년 퇴계 이황의 발자취를 따라

봉화 선유교
봉화 선유교 / 사진=봉화 공식블로그 이정우

이 다리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선유교는 ‘예던길’이라 불리는 역사적인 길의 일부다. ‘예던길’이란 ‘옛 선비들이 다니던 길’이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으로,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10대의 소년 이황이 숙부인 이우(李堣)에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청량산의 오산당(현 청량정사)을 향해 밟았던 바로 그 길이다.

봉화 선유교 다리 전경
봉화 선유교 / 사진=경북나드리

선유교를 건너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는 것은, 수백 년 전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이 길을 오갔을 소년 이황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것과 같다. 훗날 대학자가 된 퇴계는 은퇴 후에도 제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수많은 후학이 스승을 기리며 이 길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길이 130m의 선유교는 단지 낙동강의 양쪽 기슭을 잇는 것을 넘어, 21세기의 여행자와 16세기 선비의 시간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통로인 셈이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유산

봉화 선유교 출렁다리
봉화 선유교 / 사진=봉화 공식블로그 이정우

봉화 선유교와 예던길 일대는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거대 프로젝트인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의 만리산 낙동강 지구에 속해 있다. 이는 이곳이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유교와 선비 정신이라는 고유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한 핵심 거점임을 의미한다.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 관창리에 위치한 선유교는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되며, 인근에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입장료 부담 없이 미슐랭이 인정한 드라이브 코스와 퇴계 이황의 인문학적 향기, 그리고 낙동강의 장엄한 자연을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올가을, 잊지 못할 드라이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국도 35호선으로 핸들을 돌려보자.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선유교는 분명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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