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너무 압도적이라 무서움도 잊었어요”…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출렁다리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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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봉명산 원점회귀 산행 코스

봉명산
봉명산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누군가는 여행을 도시에서 찾고, 누군가는 자연에서 찾는다. 문경 봉명산은 산행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자연과 시간의 결이 살아 숨 쉬는 공이다. 이번 여정은 ‘문경새재의 바람’과 함께 걷는 봉명산 원점회귀 코스다.

산행의 시작은 문경온천 조형물. 아스팔트를 벗어난 첫 발걸음부터 몸과 땅의 기운이 엇갈리지 않고, 오히려 한 호흡으로 어우러진다.

봉명산의 코스는 총 8.2km, 약 4시간이 소요되는 원점회귀형으로, 출렁다리와 마고산성, 봉명산 정상을 차례로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봉명산 출렁다리
봉명산 출렁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초입은 만만치 않다. 관산정을 지나며 숨이 턱에 찰 정도의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내 등장하는 출렁다리에서, 이 고비는 충분히 보상받는다.

다리 위에 서면 문경읍과 맞은편 주흘산이 한눈에 담기고, 귓가엔 북풍이 찰랑인다. 바람에 몸을 맡긴 감태나무가 풍경 속 한 점이 된다.

봉명산 정자
봉명산 정자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출렁다리를 지나면 숲이 품어주는 따뜻한 햇살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낙엽송 조림지를 통과해 도착한 마고산성은 삼국시대 고갯길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산성으로, 지금은 자연과 어우러진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

돌무더기와 덤불, 이끼 낀 바위 사이로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봉명산 전경
봉명산 정자 / 사진=경북나드리 홈페이지

고목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정자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선 주흘산을 중심으로 조령산, 백화산, 희양산까지, 병풍처럼 이어진 산군이 압도적인 풍경을 만든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봉명산 출렁다리 전경
봉명산 출렁다리 전경 / 사진=경북나드리 홈페이지

정상에 올라서면 시야는 더없이 탁 트인다. 사방으로 펼쳐진 운달산, 백화산, 황학산, 이화령, 조령산, 희양산까지. 산 능선이 수묵화처럼 겹겹이 펼쳐진다.

이곳 봉명산은 한때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다. 전국 석탄과 흑연 생산량의 10%를 담당하던 봉명광업소가 있었고, 폐광 이후에도 그 흔적은 산길 곳곳에 배어 있다. 지금은 퇴색한 시설이지만, 누군가의 삶이 있었고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여전히 이야기한다.

봉명산 산길
봉명산 산길 / 사진=경북나드리 홈페이지

하산은 고요2리 갈림길을 지나 다시 출렁다리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마고산성을 다시 지나며 삼국시대, 선비들이 지키던 고갯길을 상상해본다.

이곳 산성에는 고모산성과의 내기를 벌였다는 전설도 전해지는데, 두 성이 경쟁적으로 쌓았다는 이야기 속에는 고대인의 생활과 지혜가 녹아 있다.

봉명산 등산로
봉면산 등산로/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문경 봉명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걷는 이의 숨결과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길, 잊혀진 광업의 흔적과 선비 정신이 공존하는 시간의 통로다.

출렁다리와 마고산성, 고목 소나무 숲과 정상의 풍경, 그리고 청운각으로 이어지는 길은 문경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혹적인 여정이다. 자연 속에서 쉼을 찾고 싶은 이라면, 봉명산은 그 답이 될 것이다. 이번 주말, 바람을 따라 봉명산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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