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년 전 용암이 만든 절벽이라니”… 노을까지 완벽한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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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적벽강
서해가 품은 붉은 절경

부안 적벽강
부안 적벽강 / 사진=부안 문화관광

서해의 낙조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면, 세상의 모든 붉은색을 머금은 듯 진홍빛으로 화답하는 바위 절벽이 있다. 흔한 일몰 명소려니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발밑의 기묘한 암석들은 사실 1억 년 전 이 땅이 불을 뿜던 격렬한 순간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풍경 너머, 지구의 역사를 맨눈으로 목격하는 특별한 경험이 이곳, 부안 적벽강에서 기다리고 있다.

부안 적벽강

적벽강 풍경
부안 적벽강 / 사진=부안 문화관광

대한민국 명승이자 전북서해안 국가지질공원의 핵심 지질명소인 부안 적벽강은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252-20 일원에 자리한다. 격포해수욕장 북단, 죽막마을을 경계로 남쪽의 채석강과 나뉘는 약 2km의 해안선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이질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국가 명승과 국가지질공원이라는 두 개의 타이틀이 증명한다. 문화재보호법과 자연공원법에 의해 이중으로 보호받는 이곳은 단순한 경치 좋은 곳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이다. 입장료나 주차료는 무료다.

적벽강 전경
부안 적벽강 / 사진=부안 문화관광

적벽강의 진정한 가치는 붉은빛의 근원에서 드러난다. 이 붉은 암반은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뜨거운 유문암질 용암이 차갑고 축축한 응회암 퇴적층을 뚫고 올라오며 폭발적으로 섞여 만들어진 ‘페퍼라이트(Peperite)’라는 독특한 지질 구조다.

마치 후추(Pepper)를 뿌려 놓은 듯한 형태라 붙여진 이름으로, 이는 당시 변산반도 일대의 격렬했던 화산 활동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다.

적벽강 지질
부안 적벽강 / 사진=전라북도 공식블로그 박순배

국가문화유산포털은 이 지질 구조에 대해 “뜨거운 용암이 물을 머금은 미고결 퇴적물과 만나 급격히 냉각되면서 형성된 독특한 구조”라고 설명하며 그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많은 방문객이 변산반도의 해안 절경을 이야기할 때 채석강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적벽강은 채석강과는 태생부터 다른, 완전히 별개의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채석강이 오랜 세월 퇴적물이 겹겹이 쌓여 굳어진 ‘퇴적암’의 미학을 보여준다면, 적벽강은 뜨거운 마그마가 식어 굳은 ‘화성암’의 역동성을 뽐낸다.

적벽강 노을
부안 적벽강 / 사진=부안 문화관광

해 질 녘, 붉은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잠기며 적벽의 바위들을 진홍색으로 물들이는 순간은 가히 장관이다. 변산마실길 3코스(적벽강 노을길)를 따라 해안 절벽을 걷거나,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이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하는 것을 추천한다.

변산반도에 간다면 채석강만 보고 돌아오기엔 아쉽다. 바로 그 곁에서 더 강렬하고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부안 적벽강에 꼭 들러보자. 붉은 노을 아래, 발밑의 바위들이 들려주는 1억 년 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아주 특별한 저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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