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저생태공원
천연기념물 위에 핀 가을 정원

솜사탕 같은 분홍빛 안개가 발밑에 깔리고, 사람 키보다 큰 은빛 깃털이 바람에 너울거린다. 가을의 두 가지 얼굴, 핑크뮬리와 팜파스 그라스를 한곳에서, 그것도 무료로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만약 그 무대가 서울 여의도공원의 33배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이자, 국가가 법으로 보호하는 ‘천연기념물’ 위라면 어떨까? 부산 대저생태공원은 단순한 나들이 장소를 넘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거대함과 깊이를 품고 있는 곳이다.
이토록 거대한 자연의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수다. 무작정 찾아갔다가는 광활함에 압도되어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올가을, 실패 없이 두 가지 절경을 모두 정복하고 싶다면 이 기사에 집중하자. 성공의 9할은 단 하나, ‘주차장 번호’에 달려있다.
핑크뮬리는 P2/P3, 팜파스는 P4

대저생태공원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1동 1-5 일원에 위치하며, 연중무휴 24시간 개방에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다. 하지만 이 ‘무료’라는 단어에 안심하고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는 순간, 고행길이 시작된다.
공원의 전체 면적은 약 7.62㎢. 서울의 대표 휴식처인 여의도공원(약 0.23㎢)과 비교하면 무려 33배나 넓다. 핵심 군락지는 공원 내에서도 서로 떨어져 있어, 목적지별 ‘핀포인트 주차’가 관건이다.

먼저, 몽환적인 분홍빛 세상으로 뛰어들고 싶다면 내비게이션에 P2 또는 P3 주차장을 목적지로 설정해야 한다. 이곳이 바로 핑크뮬리 군락지와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매년 가을이면 SNS를 뜨겁게 달구는 바로 그 풍경이 주차장 인근에 펼쳐져 있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다음으로, 이국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팜파스 그라스를 만나려면 P4 주차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핑크뮬리 군락지와 P4 주차장 사이의 거리는 약 1km.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산책 삼아 걸어도 좋고, 차로 잠시 이동해도 부담 없는 거리다.
남미의 광활한 초원(팜파스)이 원산지인 이 거대한 벼과 식물은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깃털로 하늘을 수놓으며, 핑크뮬리와는 전혀 다른 시크하고 성숙한 가을의 정취를 선사한다.
단순한 꽃밭이 아닌, 천연기념물 위의 예술작품

대저생태공원을 거닐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의 상당 부분이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곳은 수많은 겨울 철새와 텃새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국제적으로 중요한 생태축이다. 우리가 감상하는 화려한 꽃의 군락은 사실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이자, 낙동강 유역의 환경을 복원하고 보전하려는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산책은 아름다움을 즐기는 행위를 넘어, 자연과 교감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출입이 통제된 습지나 보호 구역에는 들어가지 않고,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은 이 위대한 자연을 누리는 우리 모두의 의무다.
스마트하게 즐기는 대저생태공원 100% 활용법

대중교통 이용객이라면 부산 도시철도 3호선 강서구청역에서 하차하면 공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역에서부터 거리가 꽤 있으므로, 도보보다는 버스로 환승하거나 역 주변에서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원 내에도 자전거 대여소가 잘 갖춰져 있어, 광활한 공원 전체를 둘러보는 데 최고의 교통수단이 되어준다.
핑크뮬리와 팜파스 외에도 시원하게 뻗은 대나무숲,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갈대밭 등 숨겨진 명소가 곳곳에 있다. 주차 전략으로 핵심 볼거리를 먼저 정복한 뒤, 자전거를 타고 공원 구석구석을 누비며 나만의 가을 풍경을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의도의 33배에 달하는 거대한 자연, 천연기념물이라는 묵직한 가치, 그리고 그 위를 화려하게 수놓은 두 가지 색의 가을. 이 모든 것을 품은 대저생태공원은 단순한 공원을 넘어선 하나의 거대한 경험이다. 올가을, 가장 스마트한 방법으로 이 위대한 자연을 온전히 누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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