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8천만 년 암반 품은 광안대교 조망 4.7km 무료 지질 트레킹

홍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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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해파랑길 만나는 코스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 본 풍경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 본 풍경 / 사진=부산 갈맷길 홈페이지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순간 도심의 소음이 멀어진다. 수평선 너머로 광안대교가 윤곽을 드러내고, 발아래로는 8천만 년 전 화산암이 파도와 만나 하얀 물보라를 일으킨다.

부산 남구 해안을 따라 이어진 4.7km 트레킹 코스는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선사하는 편이다.

부산국가지질공원으로 공식 지정된 이 산책로는 백악기 지질 흔적과 일제강점기 구리광산 유적까지 품고 있다. 갈맷길 2코스이자 해파랑길 1코스가 만나는 이곳은 오륙도와 광안대교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부산의 대표 해안 트레킹 명소로 자리 잡았다.

부산 남구 용호동 해안가, 1993년 개방된 군사지역

이기대 해안산책로 모습
이기대 해안산책로 모습 / 사진=부산 갈맷길 홈페이지

이기대 해안산책로(부산광역시 남구 이기대공원로 68)는 오륙도에서 동생말까지 총 4.7km에 걸쳐 조성된 해안 트레킹 코스다. 해발 225.3m 장산봉을 중심으로 자연 암반을 따라 2km 구간이 이어지며, 1993년 민간인에게 개방되기 전까지 군사 보호구역이었던 역사를 지닌다.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게 되며, 반대로 동생말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역방향 코스도 가능하다.

경성대·부경대역에서 20번, 22번, 24번, 27번, 39번, 131번 시내버스를 타고 ‘이기대입구’에서 하차한 뒤 도보로 10~15분이면 산책로 입구에 닿는다. 일제강점기에는 수평 550m, 수직 380m 규모의 구리광산이 운영되었으며, 현재도 5개 갱도 중 1개가 흔적으로 남아 산업 유적의 면모를 보여준다.

127m 구름다리와 해식동굴, 지질공원의 핵심

이기대 해안산책로 구름다리
이기대 해안산책로 구름다리 / 사진=부산 갈맷길 홈페이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5개의 현수교로 이어진 127m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해안 절벽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발아래로 파도가 부딪히는 광경을 직접 목격할 수 있어 스릴과 조망을 동시에 경험하게 만든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육지에 노출된 해식동굴이 모습을 드러내며, 동굴 내부로 직접 진입해 화산암 표면을 관찰할 수 있다.

동생말 전망대에서는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해운대 방향까지 270도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하며,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는 하늘과 바다가 빛깔을 바꾸는 장면이 연출된다. 치마바위, 농바위, 밭골새 등 이름이 붙은 암반 지형들은 각기 다른 형태로 침식과 풍화의 흔적을 보여주는 편이다.

임진왜란 전설과 해녀 유산, 역사가 깃든 공간

이기대 해안산책로 드론뷰
이기대 해안산책로 드론뷰 / 사진=부산 갈맷길 홈페이지

이기대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의기(義妓)가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투신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향토사학자 최한복의 기록에 따르면 이 일화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왔으며, 현재도 산책로 곳곳에 안내판으로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순도 99.9%의 황동을 생산하던 구리광산이 운영되었고, 해녀들이 물질을 하던 해녀막사 유적도 발견되어 전통 문화의 흔적을 더한다.

공룡 발자국 화석과 8천만 년 전 백악기 퇴적층을 보며 걷는 코스는 학습과 트레킹을 결합한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다.

야간조명 1.26km 구간, 일몰 후 10시까지 개방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 보는 광안대교 야경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 보는 광안대교 야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1월 22일부터 동생말에서 어울마당까지 1.26km 구간에는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되어 일몰 후부터 밤 10시까지 점등된다.

암반을 따라 설치된 조명은 자연 지형을 부각시키며, 구름다리에 더해진 반딧불이 형태의 조명은 어둠 속에서 산책로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CCTV와 안전 벨트가 곳곳에 설치되어 야간 방문객의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적용되었다.

산책로는 연중무휴 24시간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자동차로 방문할 경우 이기대공원 공영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주차 요금은 10분당 300원(일 최대 8,000원)이다. 다만 일부 구간은 경사가 가파르고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트레킹화와 바람막이를 준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겨울
이기대 해안산책로 겨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지질학적 가치와 역사적 깊이, 야간 조명이 더해진 새로운 경험이 하나의 코스 안에 압축된 공간이다.

광안대교와 오륙도를 동시에 조망하며 8천만 년 전 암반 위를 걷는 경험은 부산 도심에서 2시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다.

봄과 가을의 쾌적한 날씨 속에서, 혹은 겨울 일몰 후 야간 조명이 켜지는 순간 이곳을 찾아 부산 해안의 다층적인 매력을 직접 확인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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