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 5만 그루가 2.4㎞ 둘레길 감싼다”… 116년 된 국가 유산 품은 산책 명소

백양산 자락에 숨겨진 성지곡수원지는 울창한 편백나무 숲과 100년이 넘은 근대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휴식처입니다.

성지곡수원지 편백 숲
성지곡수원지 편백 숲 / 사진=부산 갈맷길

핵심 요약

  • 부산 성지곡수원지는 한국 최초의 중력식 콘크리트 댐이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 가치가 높은 호수입니다.
  • 입장료는 무료이며 2.4km 둘레길은 도보 40분에서 1시간이 소요되고 주차 요금은 10분당 300원입니다.
  • 여름철인 7월과 8월에는 어린이 물놀이장인 키드키득 파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가족 단위 피서지로 적합합니다.

한낮의 도심에서 불과 몇 걸음 벗어났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진다. 습한 여름 열기 대신 편백 향이 짙게 배어든 그늘이 기다리고, 울창한 숲 사이로 잠잠히 고여 있는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적다.

1909년 준공 당시 이 댐은 서울 뚝도수원지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근대 상수도 시설이었다. 그것도 한국 최초의 중력식 콘크리트 댐으로, 2008년에는 국가등록문화유산 제376호로 지정되며 근대 산업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공식 인정받았다.

저수량 약 61만 톤이라는 규모는 20세기 초 부산 인구가 수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 거대한 구조물이 지금은 수면 위에 나무 그림자를 드리우며 시민들의 산책로가 됐다. 역사와 자연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성지곡수원지의 면면을 살펴본다.

한국 첫 중력식 콘크리트 댐의 역사

성지곡수원지 콘크리트 댐
성지곡수원지 콘크리트 댐 / 사진=부산 갈맷길

성지곡수원지(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새싹로 295)는 백양산 해발 642m 남쪽 기슭, 금정산맥 능선이 내려오는 골짜기에 자리한다. 대한제국 정부와 당시 부산 일본 거류민단이 공사비를 공동 부담하고 1907년경 착공해 1909년 완공했으며, 준공 이후 서면에서 수정동에 이르는 부산 도심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했다.

콘크리트조 댐 표면에는 거칠게 다듬은 석재를 마감재로 붙였고, 물에 맞닿는 안쪽은 수직에 가까운 면을 유지하면서 바깥쪽은 하부가 넓고 상부로 갈수록 체감되는 형태를 취한다. 집수·저수·침전·여과로 이어지는 상수도 시스템이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100년 넘은 근대 토목 기술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사례로 꼽힌다.

성지곡이라는 지명은 신라 시대 지관 성지가 이 골짜기를 경상도에서 가장 빼어난 명당이라 평가하며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는 전승에서 비롯됐다.

2.4㎞ 둘레길과 5만 그루 편백 숲

성지곡수원지 둘레길
성지곡수원지 둘레길 / 사진=부산 갈맷길

1972년 낙동강 상수도 취수 공사가 완공되면서 성지곡수원지는 상수도 공급 기능을 멈추고 부산어린이대공원 안으로 편입됐다. 이후 1985년 1월 모든 용수 공급이 중단되며 지금과 같은 저수·호수 기능만 남았다.

수원지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약 2.4㎞로, 보통 걸음으로 40분에서 1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코스 주변에는 삼나무·편백나무·전나무 등 약 5만 그루의 상록침엽수가 울창하게 자라 사계절 내내 짙은 피톤치드 향을 내뿜는다.

3.5㎞ 길이의 산림욕장도 수원지 일대를 따라 이어지며, 만남의 숲·시가 있는 숲·습지생태체험학습장·약수터·운동시설이 중간중간 자리해 걸음에 변화를 준다. 제방 위에서 수면을 내려다보면, 하늘과 나무가 고스란히 반영된 호수가 펼쳐지는 조망 포인트가 된다.

가족 여가와 여름 물놀이 공간

성지곡수원지 키드키득 파크
성지곡수원지 키드키득 파크 / 사진=부산 갈맷길

둘레길 중간에 자리한 키드키득 파크는 어린이 놀이터로 운영되다가 7월과 8월에는 로켓놀이대·등대물놀이·물고기물놀이·야외샤워장 등을 갖춘 물놀이형 공간으로 전환된다. 여름철 시설은 무료로 개방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된다.

친수공간에는 박재혁 의사 동상과 헌7학병 6·25 참전용사 기념비가 설치되어 있어, 호수 조망 산책 중에 추모와 역사 탐방을 겸할 수 있다.

북쪽 능선으로는 부태고개·만덕고개를 거쳐 금정산·범어사 방면 등산로와 연계되며, 성지곡수원지가 금정산맥 종주 코스의 들머리 구실도 한다. 산책 동선과 등산 코스, 역사 답사와 물놀이까지 한 공간에서 소화할 수 있는 구성이다.

이용 안내 및 교통 접근

성지곡수원지 풍경
성지곡수원지 풍경 / 사진=부산 갈맷길

성지곡수원지와 둘레길·산림욕장은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되며, 별도 입장료나 시설이용료가 없다. 부산어린이대공원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되는데 10분당 300원, 추가 60분당 1,800원이 부과되며, 친환경 차량·경차·요일제·다자녀 차량은 50%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13번 출구 인근 정류장에서 54·63·81·133번 버스를 타고 어린이대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계절별·행사별로 일부 시설 운영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산림욕장과 둘레길 구간은 기상 조건에 따라 미끄러울 수 있어 접지력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성지곡수원지 모습
성지곡수원지 모습 / 사진=부산 갈맷길

116년의 세월을 버틴 콘크리트 제방이 지금은 나무 그늘 아래 조용히 물을 머금고 있다. 근대 산업의 기록이 숲과 호수라는 언어로 번역된 공간이다.

여름 더위가 기승인 지금, 편백 향 가득한 둘레길을 걸으며 도심 안에서 오래된 시간과 마주하는 하루를 계획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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