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이런 억새밭이 있다고?”… 은빛 평원과 피톤치드 숲길을 동시에 즐기는 가을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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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억새 평원, 승학산
은빛 물결로 가을 절정

승학산 억새
승학산 억새 / 사진=부산 사하구 공식 블로그 이재원

부산의 가을은 바다만큼이나 산에서 깊어간다. 특히 10월 하순부터 11월까지, 부산 사하구와 사상구의 경계에 솟은 승학산은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은빛 억새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해발 497m 정상까지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와 입장료, 주차비 부담이 거의 없는 탁월한 접근성 덕분에 주말 가을 산행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억새 명소들이 정상부의 풍경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승학산은 은빛 억새 평원뿐만 아니라 피톤치드가 가득한 ‘치유의 숲’까지 품고 있어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선사한다.

승학산 억새 평원

승학산
승학산 / 사진=부산관광공사

부산광역시 사하구 당리동 산 45-1 일원에 자리한 승학산은 그 이름에 걸맞은 유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산세를 보고 “마치 학이 날아오르는 형세”라 하여 ‘승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가을이 되면 이곳은 부산 시내에서 가장 화려한 억새 군락지로 변모한다. 정상 일대에 드넓게 펼쳐진 억새 평원은 햇살의 각도에 따라 순백에서 금빛으로 시시각각 색을 바꾼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거대한 은빛 파도처럼 일렁이는 억새의 군무, 그리고 그 사이로 ‘스스스’ 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는 그 자체로 완벽한 가을의 서사다.

초보자도 정상까지 2시간

승학산 억새 트레킹
승학산 억새 트레킹 / 사진=공공누리

승학산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쉽게 억새 평원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난이도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코스가 있으며, 모두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연중무휴 상시 개방된다.

첫 번째는 ‘억새 등반길’이다. 약 6.5km 거리로, 130분 정도 소요된다. 동아대학교 낙동주차장에서 출발해 억새노을전망대를 거쳐 동주대학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승학산 억새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오를 수 있는 대표 탐방로다.

두 번째는 ‘치유의 숲길’이다. 약 7.0km, 120분 소요 코스로, 억새와 함께 삼림욕까지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된다. 제석골 산림공원에서 시작해 편백나무림과 삼나무 명상치유의 숲을 통과한 뒤 억새노을전망대에 도착한다.

억새와는 또 다른 매력

승학산 억새평원
승학산 억새평원 / 사진=게티이미지벵크

승학산행의 진정한 묘미는 억새 평원에 오르기 전후로 만나는 울창한 숲이다. 특히 ‘치유의 숲길’ 코스의 중심이 되는 제석골 산림공원은 그 자체로 훌륭한 휴식처다.

초입의 넓은 임도를 지나면 곧게 뻗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길이 나타난다. 청량한 피톤치드 향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며 억새밭과는 다른 청각적, 후각적 힐링을 선사한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맞으며 걷는 이 길은 명상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억새의 시각적 화려함과 숲의 내밀한 평온함을 한 번의 산행으로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황령산이나 장산 등 부산의 다른 도심 속 산들과 구별되는 승학산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승학산 가는 길, 주차 및 교통 정보

승학산 억새 모습
승학산 억새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승학산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부산 지하철 1호선 당리역 1번 또는 3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사하구 2번 또는 2-1번을 타고 ‘동원베네스트 2차 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등산로 입구(제석골 산림공원 방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자가용 이용 시, 등산 코스 입구에 따라 주차 장소가 다르다. ‘치유의 숲길’을 택한다면 ‘제석골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억새 등반길’의 시작점인 ‘동아대학교 낙동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되니 참고해야 한다. 주말에는 억새를 찾는 탐방객으로 주차 공간이 협소할 수 있으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더 자세한 탐방 정보는 사하구청 문화관광 웹사이트나 산림녹지과(051-220-4536)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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