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겨울

12월의 소백산맥은 흰 눈으로 뒤덮이며 고요한 침묵 속에 빠진다. 그 깊은 산자락 한가운데, 천년을 넘는 역사가 숨 쉬는 사찰 하나가 겨울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인정한 이곳은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세운 화엄종의 발원지이며, 국보로 지정된 고려 시대 목조건축의 정수를 간직한 공간이다.
2023년부터는 입장료가 전면 폐지되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겨울 설경과 고려 건축미가 어우러진 명소의 매력을 살펴봤다.
영주 부석사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에 위치한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화엄 사상을 배워 돌아온 뒤 창건한 사찰로, 한국 화엄종의 근원지이자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온 곳이다. 봉황산 중턱에 자리한 이 사찰은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란과 풍파를 견디며 그 자리를 지켜왔다.
‘부석(浮石)’이라는 이름은 의상대사를 사모했던 당나라 여인 선묘 낭자가 용으로 변신해 거대한 바위를 공중에 띄워 절을 짓도록 도왔다는 전설에서 유래했으며, 경내에는 실제로 땅에 닿지 않은 듯 보이는 부석이 남아 있다.
2018년 6월 30일, 부석사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배흘림 기둥이 빚은 무량수전의 곡선미

부석사의 핵심은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무량수전이다.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재건된 이 건물은 한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중 하나로, 배흘림 기둥의 유려한 곡선과 주심포 양식의 간결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무량수전 앞마당에 서면 소백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해질녘에는 붉은 노을이 기와지붕과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룬다.
특히 겨울에는 눈 덮인 마당과 배흘림 기둥의 조화가 절정을 이루며, 발자국 하나 없는 순백의 고요함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무량수전 바로 옆에는 국보 제19호 조사당이 자리하는데, 고려 우왕 3년(1377년)에 건립된 이 건물은 의상대사의 목조좌상을 봉안한 공간이며 내부에는 고려 시대 가장 오래된 사찰 벽화가 남아 있다.
무료 입장에 연중무휴

부석사는 2023년 5월 4일부터 입장료가 전면 폐지되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주차비 역시 들지 않는다.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지만, 운영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하절기(4~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므로 오후 2~3시 이전에 도착하는 편이 좋다.
부석사는 영주역에서 택시로 약 30분, 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 27번 또는 55번을 이용하면 약 30~45분 거리에 있다.
자가용으로 방문할 경우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931번 지방도를 경유해 약 30분이 소요되며, 주차장에서 경내까지는 도보로 5분 남짓이다. 겨울철에는 계단과 경사로에 눈이 얼어붙을 수 있어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고, 노약자나 어린이는 천천히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소수서원·봉정사와 이어지는 문화유산 코스

부석사 인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또 다른 명소들이 자리해 연계 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다. 차량으로 약 20~30분 거리에 있는 영주 소수서원은 한국 최초의 서원으로 선비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약 40분 거리의 안동 봉정사는 극락전(국보 제15호)을 품은 고려 시대 목조건축의 쌍벽으로 불린다.
부석사와 인접한 국립산림치유원에서는 숙박과 함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으며, 소백산 국립공원의 겨울 설산 트레킹은 자연과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부석사는 천년을 넘는 역사와 국보 건축물,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타이틀을 모두 품은 사찰이다.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이 빚어낸 곡선미와 겨울 설경이 어우러진 풍경은 방문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편이다.
2023년부터 무료로 개방된 지금, 흰 눈이 소백산맥을 덮은 겨울 오후에 이곳을 찾아 고려 시대 목조건축의 정수를 걸어보길 권한다. 천년의 고요 속에서 마음을 비우는 특별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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