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백마강 코스모스단지
백제의 역사 품은 오색 꽃길 산책

‘가을 여행’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식 같은 풍경이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분홍빛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비슷한 풍경에 더는 큰 감흥이 없다면, 올해는 시점을 완전히 바꿔볼 필요가 있다.
땅에서 발로 즐기는 평면적인 꽃구경을 넘어, 강 위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조망하는 입체적인 경험이 가능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천년 백제의 이야기가 흐르는 부여 백마강에서, 땅과 물, 두 개의 시선으로 완성되는 전무후무한 가을의 절경을 소개한다.
“축구장 18개 규모의 꽃 바다에 빠지다”

우선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될 준비를 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에 충남 부여군 구교리 279를 입력하고 넉넉한 무료 주차장에 차를 대면, 백마강 둔치를 따라 조성된 13만㎡(약 13헥타르)의 코스모스 단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축구장 18개를 합친 면적이라는 설명이 비로소 실감 나는 순간이다.
이곳은 단순히 분홍빛 코스모스만 가득한 곳이 아니다. 부여군이 세심하게 기획한 이 대지 위에는 황색, 흰색, 자주 등 무려 6가지 색상의 코스모스가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거대한 팔레트를 이룬다. 여기에 붉은 맨드라미와 국화, 아스타 등 계절 야생화가 다채로움을 더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꽃의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바람에 일렁이는 꽃잎들이 마치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곳곳에 놓인 흔들 그네와 벤치는 이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완벽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땅 위에서의 경험은 꽃 하나하나의 디테일과 향기를 느끼며, 말 그대로 꽃의 바다에 온몸을 던지는 ‘몰입의 시간’이다.
“8,000원으로 즐기는 신선의 풍경”

땅 위에서 꽃의 미시세계에 흠뻑 빠졌다면, 이제 이 거대한 그림의 진정한 모습을 확인하러 갈 차례다. 코스모스 단지 바로 옆 구드래나루터 선착장에서는 백제 시대 배를 재현한 황금돛배 유람선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성인 8,000원, 소인 5,000원의 요금으로, 당신은 방금 전까지 경험했던 풍경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마주하게 된다.
배가 서서히 물살을 가르며 강심으로 나아가면, 지상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장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강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오색찬란한 코스모스 벨트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는 백제의 마지막 왕성이었던 부소산성의 능선이 병풍처럼 장엄하게 버티고 서 있다.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 위에서, 삼천궁녀의 전설이 깃든 낙화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풍경은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한 편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것이야말로 부여가 다른 모든 코스모스 명소와 격을 달리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절정을 이루는 백마강 코스모스 단지는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다. 꽃구경을 마친 후에는 부소산성에 직접 오르거나, 인근의 정림사지 5층석탑을 함께 둘러보며 백제의 숨결을 완벽하게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부여에서 아름다운 코스모스와 함께 특별한 가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며 부여의 가을을 찾을 여행객들을 환영했다. 땅에서 한번, 강 위에서 또 한번, 입체적으로 즐기는 이 특별한 경험은 올가을 당신의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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