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390년짜리 배롱나무가 이루는 진분홍 물결”… 낙동강 절벽 앞 무료 절경 명소

낙동강 절벽을 마주한 고요한 고택 위로 붉은 배롱나무꽃이 피어나며 여름날의 깊은 운치를 더합니다.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 / 사진=안동관광

핵심 요약

  • 안동 병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서애 류성룡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낙동강 절벽을 마주한 만대루와 고문헌 3천여 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390년의 배롱나무 6그루 군락은 7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진분홍빛 꽃이 만개하여 기와지붕과 어우러집니다.
  • 연중무휴 및 무료로 운영되며 하절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8km 거리의 하회마을과 연계해 방문하기 좋습니다.

찌는 듯한 열기 속에서도 낙동강은 묵묵히 흐른다. 강 건너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선 자리에, 기와지붕과 고목들이 조용히 숨을 쉬는 공간이 있다.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갈 때마다 담장 안쪽에서 무언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계절, 병산서원의 여름이 그렇게 열린다.

이 서원이 처음 세워진 것은 고려 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동 풍산의 교육기관 풍악서당에서 비롯된 곳으로, 홍건적의 난 속에서도 학문에 열중하던 유생들에게 공민왕이 서책과 사패지를 하사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1575년 서애 류성룡의 권유로 지금의 병산으로 터를 옮겼고, 그때부터 병산서원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서원 철폐령이 내린 1868년에도 살아남은 전국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로 남았으며, 1978년 사적 제260호에 이어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에 포함됐다. 수백 년의 역사 위에 한여름 배롱나무꽃이 내려앉는 풍경은 이 서원이 지닌 가장 깊은 아름다움이다.

낙동강 절벽을 품은 병산서원의 입지와 역사

안동 병산서원 전경
안동 병산서원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산서원(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386)은 낙동강 서쪽 기슭, 강과 절벽이 마주 보는 지형에 자리한다. 서원의 강학 공간인 만대루는 벽과 창문이 없는 개방형 2층 누각으로, 기둥 사이로 낙동강과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1614년에는 서애 류성룡의 위패를 모신 존덕사가 건립됐으며, 위패는 1620년 여강서원으로 옮겨졌다가 1629년 이곳으로 복향했다. 1662년에는 류성룡의 셋째 아들 수암 류진의 위패도 함께 종향됐다.

복례문과 입교당, 장판각, 전사청이 어우러진 서원 건축과 서애 류성룡의 문집 등 약 1,000여 종, 3,000여 책에 달하는 고문헌이 남아 있어 역사·문화유산으로서 무게감이 각별하다.

수령 390년 배롱나무 6그루가 이루는 군락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 군락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 군락 / 사진=안동관광

존덕사·장판각·전사청 앞에 줄지어 선 배롱나무 6그루는 2008년 4월 7일 경상북도 보호수로 지정됐다. 수령 약 390년, 높이 6~9m, 가슴높이 둘레 약 80~90cm에 달하는 나무들로, 이처럼 크게 잘 자란 여러 그루가 군락을 이룬 사례가 드물어 보존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배롱나무는 매끈한 줄기가 청렴결백한 선비를 상징한다는 뜻에서 서원과 정자 주변에 즐겨 심어왔으며, 잎을 건드리면 움직이는 듯 보여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린다.

7~9월에 걸쳐 붉은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해 ‘백일홍’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서원 정문 복례문 일대에도 배롱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입구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번지듯 이어진다.

한여름 진분홍빛이 절정에 이르는 방문 시기

안동 병산서원 풍경
안동 병산서원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문 기록과 현장 후기에 따르면 병산서원 배롱나무는 7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가장 풍성하게 만개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와지붕과 담장을 배경으로 진분홍빛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광경이 이 서원의 여름을 대표하는 장면이 된다.

낙동강과 절벽이 보이는 만대루에서 배롱나무를 바라보거나, 주차장에서 서원까지 걸어가는 짧은 길에서 강과 꽃을 함께 눈에 담는 경험은 여름 서원 여행만의 정취다.

하회마을과의 거리가 약 6~8km로 가까워 두 곳을 함께 묶는 당일 코스로도 자주 구성된다. 꽃이 피는 시기는 해마다 기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방문 전 개화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무료 개방·연중무휴, 이용 안내

안동 병산서원 모습
안동 병산서원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산서원은 관람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로 운영되며, 별도의 입장권 없이 서원 마당과 건물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이용시간은 하절기(여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겨울)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문의는 054-858-5929로 하면 된다.

차량으로 접근 시 서안동 IC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예천 방면으로 가다가 하회마을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병산서원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되고, 서안동 IC에서 약 15분 소요된다는 안내가 있으나 도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주차장은 서원 입구 근처에 마련돼 있다.

안동 병산서원 입구
안동 병산서원 입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원이 여름마다 수백 년 된 나무의 꽃으로 새 얼굴을 드러낸다는 사실 자체가, 병산서원이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살아있는 여행지임을 말해준다. 고문헌과 위패, 강과 절벽, 그리고 390년 수령의 나무들이 한 공간에 공존한다는 점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조합이다.

배롱나무가 붉게 피어나는 7월, 안동을 찾는다면 하회마을과 함께 병산서원을 일정에 넣어볼 만하다. 입장료 한 푼 없이 낙동강 절벽 앞에 서서, 수백 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쌓인 풍경 앞에 잠시 멈출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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