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 평 꽃밭이 전부 무료”… 철교 위 꽃길 따라 걷는 가을 꽃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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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남지체육공원
110만㎡ 코스모스 물결 속 가을 여행

창녕 남지체육공원
남지체육공원 / 경상남도 공식블로그 김해록

봄이면 대한민국을 노랗게 물들이던 그 거대한 땅이 이제는 주황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아직 여름의 끝자락이 아쉽게 맴도는 9월, 경남 창녕의 낙동강변에서는 이미 가을의 절정을 알리는 황홀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꽃이 많은 공원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경관 농업 성공 신화를 쓴 현장이자, 역사의 흔적을 품은 근대문화유산을 두 발로 걸으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공간이다.

창녕 남지체육공원

창녕 남지체육공원 백일홍
남지체육공원 / 경상남도 공식블로그 김해록

이야기의 무대는 남지체육공원(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남지리 835-25)이다. 이곳은 봄이면 약 110만㎡(33만 평)라는 압도적인 면적에 유채꽃이 만발하는 ‘창녕 낙동강 유채축제’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바로 그 땅이 계절의 순환에 따라 황화코스모스와 백일홍, 메밀꽃을 위한 거대한 캔버스로 변모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짙은 꽃향기와 함께 끝없이 펼쳐진 주황빛 물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이 모든 장관을 즐기는 데 필요한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다.

남지체육공원 백일홍
남지체육공원 / 경상남도 공식블로그 김해록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계절마다 다른 작물을 심어 1년 내내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는 ‘지속가능한 경관 농업’의 성공 모델이기 때문이다.

강변 둔치를 활용해 봄과 가을, 전혀 다른 색의 파노라마를 연출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지역에는 끊이지 않는 활력을 제공한다. 황화코스모스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왜 이곳이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여행지인지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시간 위를 걷다, 국가등록문화재 제145호 남지철교

창녕 남지체육공원 가을
남지체육공원 / 경상남도 공식블로그 김해록

남지체육공원의 화룡점정은 단연 남지철교다. 꽃밭의 아름다움에만 취해 있다면 이 공원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1933년, 일제강점기에 창녕과 함안을 잇기 위해 건설된 이 다리는 상부 트러스의 높낮이가 달라 마치 물결이 치는 듯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단순한 교량을 넘어 근대 산업화 시기의 토목 기술과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적 건축물이다.

현재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보행교로만 사용되는 남지철교는 그 자체가 최고의 전망대다. 다리 위에서 발아래 펼쳐진 광활한 코스모스 군락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풍경을 한눈에 담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남지체육공원
남지체육공원 / 경상남도 공식블로그 김해록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복구된 상흔을 간직한 이 다리 위를 걷는 것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을 넘어 시간의 흔적 위를 산책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남지체육공원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역사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방문객에게 더욱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가을의 정취가 가장 깊어지는 9월 중순부터 10월 초 사이, 낙동강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황빛 코스모스와 붉은 백일홍 사이를 거닐어 보자. 그리고 잠시 걸음을 멈춰 남지철교 위에서 지나온 시간과 눈앞의 풍경을 함께 호흡해보는 것은 어떨까.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이곳에서의 하루는 분명 잊지 못할 가을의 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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