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관룡사 용선대
절벽 위 기도터의 감동

새해 첫날,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고 싶다면 어디로 향해야 할까. 동해의 유명 일출 명소는 인파로 북적이고, 높은 산은 체력 부담이 크다.
그 사이 어딘가, 짧은 산행으로 탁 트인 전망과 영험한 기운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남 창녕의 한 사찰 뒤편, 절벽 위에 홀로 동쪽을 바라보는 석불이 그 주인공이다.
관룡사 주차장에서 500m만 오르면 닿는 이곳은 매년 1월 1일이면 소원을 빌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숨은 명소로 주목된다.
창녕 관룡사 용선대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화왕산관룡사길 171에 위치한 관룡사는 주차장에서 용선대까지는 거리로는 500~600m에 불과하지만, 급경사 산길을 따라 편도 20~30분가량 오르막을 걸어야 한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과 돌계단이 이어지며, 겨울철에는 낙엽이 쌓여 미끄러울 수 있어 등산화 착용이 필수다. 새해 일출을 보려면 오전 7시 이전에 출발해야 하므로, 랜턴이나 헤드랜턴을 준비하면 안전한 산행에 도움이 된다.
가파른 길을 따라 숨을 고르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시야가 확 트이면서 기암절벽 위에 홀로 앉은 석불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바로 보물로 지정된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이 자리한 용선대로, 발아래로는 옥천계곡과 창녕 들판이 펼쳐지고 멀리 낙동강까지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다.
통일신라 9세기 불상반

용선대라는 지명은 ‘반야용선’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중생을 태우고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배를 뜻하는 불교 용어다. 실제로 불상이 앉은 바위의 형상이 배를 닮았다고 전해지며, 석불은 이 용선대 위에서 동쪽을 향해 좌정해 있다.
불상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2.98m의 당당한 체구에 오른손을 무릎에 얹고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을 취하고 있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과 동일하게 동쪽을 바라보는 배치는 왜구의 침입을 막으려는 호국 불교의 성격을 담고 있으며, 광배(빛 장식)는 유실되었으나 불신과 대좌는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 196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절벽 끝에 홀로 앉아 천년 넘게 동쪽 하늘을 바라본 이 불상 앞에서는, 누구나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드는 셈이다.
가장 신비로운 순간

용선대의 진가는 일출 시각에 드러난다. 겨울철 기준 오전 7시 15분에서 30분 사이, 창녕 들판 너머로 붉은 태양이 수평선을 밀고 올라오는 순간 석불의 실루엣과 함께 장엄한 광경이 펼쳐진다. 안개가 낀 날이면 구름 위로 솟는 일출을 볼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낙동강 물줄기가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불상과 일출을 함께 사진에 담고 싶다면, 불상의 측후면 각도에서 촬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매년 1월 1일에는 새해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용선대가 북적이지만, 평소에는 한적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명상하듯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용선대 방문 후 관룡사 연계 코스

용선대 방문 후에는 관룡사 경내를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관룡사는 통일신라 8대 사찰 중 하나로,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외에도 대웅전(보물), 약사전(보물), 석조약사여래좌상(보물) 등 총 6점의 보물을 보유한 문화재의 보고다. 사찰 경내를 천천히 관람하며 천년 역사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1~2시간이 흘러간다.
하산 후에는 차량으로 5분 거리인 옥천계곡에서 계곡 풍경을 감상하거나, 25분 정도 이동하면 국내 최대 내륙 습지인 우포늪까지 연계 여행이 가능하다. 가을철에는 화왕산 억새밭과 연결된 등산로를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어, 계절과 체력에 맞춰 동선을 구성하면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관룡사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관룡사 일주문 아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찰을 지나 용선대까지 오르면 되는데, 사찰 내부는 신도가 아닌 경우 주차를 자제하는 것이 예의다. 문의는 관룡사 종무소(055-521-1830)로 하면 된다.

용선대는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일출과 문화재, 전망을 모두 누릴 수 있는 효율적인 여행지다. 500m라는 짧은 거리지만 급경사를 오르는 동안 몸은 깨어나고, 절벽 위에 도착해 동쪽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새해 첫날 소원을 빌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면, 천년 석불 앞에서 맞는 해돋이가 한 해의 시작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무료 입장에 주차비도 없고, 관룡사 경내의 다양한 보물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가성비 높은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창녕 들판 너머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통일신라 시대부터 이어진 기도터에서 나만의 소원을 조용히 새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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