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길
황금빛 들녘과 어우러진 감성 풍경

복잡한 계획 없이,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가을의 정수를 온전히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단 몇 분의 이동만으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보다 완벽한 주말 나들이가 또 있을까.
여기, 창원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단 15분의 드라이브로 붉은 터널의 아늑함과 광활한 호수의 해방감을 모두 선사하는 마법 같은 코스가 숨어있다.
“자연이 만든 붉은 터널, 황금빛 논밭 위를 걷다”

여정의 시작은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길이다. 내비게이션에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가술로 195-14를 입력하면, 이내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한적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나타난다. ‘죽동(竹洞)마을’이라는 이름은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던 동쪽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했을 만큼, 이곳은 태생부터 자연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이 잘 정비된 관광지의 위용을 뽐낸다면, 죽동마을의 길은 아직 투박하고 서정적인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약 800m에 걸쳐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수십 그루의 나무들은 가을빛을 머금고 붉은 터널을 만들어낸다.

이 길의 진정한 매력은 길 양옆으로 펼쳐진 황금빛 논밭과의 조화다.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 들판과 붉게 물든 가로수의 대비는 한 폭의 유화처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곳에는 별도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갓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고요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야 한다.
인파에 치이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웨딩 스냅이나 ‘인생샷’ 명소로 알려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15분의 마법, 붉은 터널에서 은빛 호수로”

메타세쿼이아길의 아늑함에 충분히 젖었다면, 이제 차를 돌려 약 15분 거리에 있는 주남저수지로 향할 시간이다. 좁고 아늑했던 시골길을 빠져나와 주남로에 접어드는 순간, 풍경의 스케일은 극적으로 변한다.
시야를 가로막던 나무 터널은 사라지고, 대신 광활한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은빛 물결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 짧은 드라이브는 마치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이동하는 한 편의 영화 시퀀스와 같다.
“생명의 보고, 국제적 습지 주남저수지의 위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로101번길 26에 위치한 주남저수지는 단순한 호수가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이자, 그 생태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람사르 문화관’이 자리한 살아있는 자연 박물관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재두루미, 큰고니, 기러기 등 수만 마리의 겨울 손님들이 이곳에서 장엄한 군무를 펼친다.

잘 정비된 무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저수지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메타세쿼이아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동을 마주하게 된다. 수직으로 솟아있던 나무의 아름다움은 광활한 호수와 갈대밭의 수평적 아름다움으로 대체된다.
탐조대에서는 망원경으로 새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관찰할 수 있으며, 저수지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은 이곳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단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붉게 타오르는 메타세쿼이아 터널 아래서 인생 사진을 남기고, 15분을 달려 도착한 주남저수지의 광활함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이 코스는 가장 경제적이고 확실한 가을 행복 충전법이다.
여유가 있다면 인근 북면 온천지구에 들러 따뜻한 온천욕으로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도 완벽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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