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m 내내 황금빛 단풍이 쏟아져요”… 5060이 감동한 가을 드라이브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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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길
주남저수지와 잇는 힐링 드라이브 코스

죽동마을 노을
죽동마을 노을 / 사진=창원관광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는 붉고 노란 풍경을 찾아 떠날 채비를 한다. 하지만 때론 거창한 목적지보다, 차창 밖으로 무심코 스치는 압도적인 풍경 한 줄기가 더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수많은 인파와 교통 체증을 감수해야 하는 유명 관광지가 부담스럽다면, 경상남도 창원의 한적한 마을 길로 핸들을 돌려볼 때다.

이곳은 유명 국립공원처럼 거대하지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의 단풍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약 1km에 걸쳐 하늘을 가릴 듯 솟아오른 메타세쿼이아가 선사하는 계절의 색감은 그 어떤 명소보다 강렬하다. 심지어 입장료도, 정해진 휴일도 없다.

“차 세울 곳은 마땅찮지만, 그조차 이 길의 매력”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길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길 / 사진=창원관광

이 비밀스러운 가로수길의 정확한 명칭은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이며,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가술로237번길 8 일대에 펼쳐져 있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로 양옆으로 나무가 자라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명소다.

그렇기에 방문 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은 ‘주차’다. 별도의 공영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내비게이션에 ‘죽동마을회관'(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가술로 241) 또는 인근의 ‘죽동마을 쉼터’를 검색해 도착한 뒤, 마을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길가 공터에 잠시 차를 세운다.

하지만 많은 방문객은 “차를 세우고 10분을 걷는 것보다, 차 안에서 서행하며 1분을 달리는 것이 더 감동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길의 진정한 매력은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난 약 800m에서 1km가량의 직선 도로를 천천히 통과하는 ‘드라이브 스루’ 체험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가을, 황금빛 터널이 선사하는 압도적 비현실감

죽동마을 가을 메타세쿼이아길
죽동마을 가을 메타세쿼이아길 / 사진=창원 공식블로그 하정문

이 길이 연중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순간은 단연 가을이다. 10월 말부터 11월 사이, 메타세콰이어 잎사귀들은 일제히 짙은 주황빛과 황금빛으로 물든다.

마을 입구 도로변 공터에 잠시 차를 세우고 길 전체를 조망하는 순간, 방문객들은 마치 잘 만든 영화 포스터 속으로 들어온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한다.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드라이브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드라이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늦은 오후,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도로 위는 그 자체로 완벽한 포토 스튜디오가 된다.

이곳은 인위적인 조형물이나 상업 시설이 전무하다. 오직 거대한 나무 기둥과 계절의 색, 그리고 아스팔트 도로만이 존재한다. 이런 ‘비관광지’ 특유의 고요함과 순수함이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주남저수지와 묶어 완성하는 ‘창원 생태 힐링 코스’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안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길의 또 다른 전략적 가치는 압도적인 접근성에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철새 도래지이자 창원의 대표 생태 관광지인 주남저수지에서 차량으로 불과 5분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주남저수지가 광활한 수면 위로 펼쳐지는 철새의 군무와 잘 정비된 탐방로, 유료 전망대 등을 갖춘 ‘잘 꾸며진 생태 공원’이라면, 죽동마을길은 그곳을 오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뜻밖의 선물’ 같은 곳이다.

죽동마을 항공사진
죽동마을 항공사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광 코스를 설계할 때, 먼저 주남저수지에서 생태 탐방을 즐긴 뒤, 해 질 녘 노을과 함께 이 메타세쿼이아길을 드라이브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동선을 추천한다. 혹은 가을철 인파로 붐비는 저수지 대신, 이곳에서 조용히 ‘드라이브 스루’ 단풍놀이를 즐기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물론 가을이 이 길의 전부는 아니다. 봄에는 눈이 시릴 듯한 연둣빛 새순이 터널을 이루며 생명력을 과시하고, 여름에는 짙푸른 잎이 무성한 그늘을 만들어 국내 최고의 ‘녹음 터널’ 드라이브 코스가 되어준다. 잎을 모두 떨군 겨울에는 앙상하지만 힘차게 뻗은 가지들이 또 다른 고요한 운치를 선사한다.

입장료도, 문 닫는 시간도 없는 이 길은 사계절 내내 창원 시민들과 아는 사람만 아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확실한 ‘일상의 쉼표’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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