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만 찾으면 손해에요”… 가을에 부모님과 가야 할 무료 단풍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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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운문사
천년의 소나무 숲과 특별한 가을 풍경

청도 운문사
청도 운문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하영

매년 10월이 되면 전국의 산은 약속이나 한 듯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인파를 불러 모은다. 화려한 단풍의 향연도 잠시, 인파에 밀려 고요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만약 불타는 단풍의 절경 속에서 온전한 평온과 사색의 시간을 원한다면, 정답은 의외의 장소에 있을지 모른다. 화려함 대신 깊이감을, 소란함 대신 정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곳.

바로 비구니 스님들의 천년 수행처, 청도 운문사가 그 주인공이다.

운문사

“입장료 무료에 단풍·소나무 즐기는 명소”

운문사 가을 풍경
운문사 가을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택수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의 말사인 청도 운문사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264, 호거산 깊은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560년(신라 진흥왕 21년)에 한 신승이 창건한 이래, 원광국사가 세속오계를 전하고, 고려 시대에는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의 집필을 구상했던 유서 깊은 땅이다.

이러한 사찰의 정체성은 가을 풍경에도 고스란히 배어난다. 수백 년 된 울창한 소나무 숲의 짙은 녹색을 배경으로, 활엽수들이 조심스럽게 피워낸 주홍빛과 황금빛 단풍은 화려하기보다 기품 있다.

이는 마치 엄격한 규율 속에서 피어나는 수행자의 맑은 지혜를 닮았다. 방문객은 경내를 거닐며 관광객의 소음이 아닌, 비구니 스님들의 고요한 기운과 자연의 숨소리가 어우러진 독특한 평온함을 경험하게 된다.

천연기념물이 들려주는 500년의 이야기

운문사 처진소나무
운문사 처진소나무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운문사의 가을을 논할 때, 단풍만큼이나 중요한 존재가 바로 만세루 앞에 장엄하게 서 있는 운문사 처진소나무이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이 소나무는 약 5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사찰의 산증인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는 일반적인 소나무와 달리, 마치 거대한 우산처럼 가지들이 땅을 향해 부드럽게 늘어진 모습이 특징이다. 높이 약 6m, 둘레 약 3.5m에 달하는 이 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숲을 이루며 압도적인 생명력을 뿜어낸다.

가을이 깊어지면, 처진소나무의 늘 푸른 잎사귀는 주변의 붉고 노란 단풍과 선명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한다.

많은 방문객이 이 나무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수백 년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온 노송의 기운을 느끼며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경외심마저 자아내는 이 소나무는 운문사 방문의 또 다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실속과 깊이를 모두 잡는 여행 정보

운문사 은행나무
운문사 은행나무 / 사진=ⓒ한국관광공사 서인수

복잡한 인파로 가득한 전국의 유명 단풍 명소와 달리, 운문사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탐방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3년 5월 4일부터 시행된 문화재청의 ‘국가유산 관람료 지원 사업’ 덕분에 사찰 입장료가 전면 무료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천년 고찰의 가을 정취를 부담 없이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사찰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은 승용차 기준 2,000원의 별도 요금이 부과되니 참고해야 한다.

청도 운문사
청도 운문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찰은 연중무휴로, 일반 관람객은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내를 둘러볼 수 있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등과 동·서 삼층석탑, 그리고 대웅보전과 비로전 등 고풍스러운 전각들이 자연 지형을 따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건축미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가을, 단풍 구경을 빙자한 인파와의 전쟁에 지쳤다면 청도로 방향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천년의 역사와 수행자의 고요한 숨결, 그리고 500년 노송의 압도적인 생명력이 공존하는 청도 운문사.

이곳에서라면 붉게 타오르는 단풍잎 하나에서도 진정한 평온과 사색의 깊이를 발견하는 특별한 가을날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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