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남대
대통령길 따라 걷는 55만 평 가을 산책

가을 단풍 여행지를 검색하다 보면 ‘청남대 주차료 3,000원’이라는 정보를 심심찮게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이미 1년도 더 지난 옛 정보다. 많은 방문객이 가을 성수기 입구에서 혼선을 겪는 이 주차료는, 사실 2024년 5월부로 전면 폐지됐다.
‘대통령의 비밀 별장’이라는 신비주의를 벗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20여 년. 청남대는 이제 단순히 문을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객의 ‘비용’과 ‘육체적’ 장벽을 허무는 적극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25년 가을, 11만 그루의 나무가 뿜어내는 농익은 색의 향연 속에서, 우리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진짜 국민의 정원’으로 거듭나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오는 10월 25일 개막하는 가을 축제는 이 모든 변화를 체험할 완벽한 기회다.
“가장 큰 변화, 3,000원의 장벽이 사라지다”

가을 주말의 청남대는 공식 주소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순간부터 설렘을 안긴다. 하지만 과거 이곳은 성수기마다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와 주차료를 함께 징수하며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곤 했다.
이 불편함이 2024년 5월 17일부로 완전히 해소됐다. 충청북도는 “성수기 기간 중 관람객 입장 지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던 주차요금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단순히 승용차 기준 3,000원이 절약된다는 경제적 이득을 넘어, 이는 청남대의 운영 정책이 ‘관리’에서 ‘환대’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다. 더 이상 입구에서 머뭇거릴 필요 없이, 매표소에서 입장권(성인 6,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경로 3,000원)만 구매하면 드넓은 대통령의 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여유로운 관람을 위해 입장 마감은 오후 4시 30분이다. 공식 연락처는 043-257-5080, 웹사이트는 chnam.chungbuk.go.kr이다.
“하늘길이 열린다, 645개 계단 대체할 ‘모노레일'”

주차 장벽이 사라졌다면, 다음은 ‘육체적 장벽’이다. 청남대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대청호를 한눈에 조망하는 전망대다. 하지만 ‘행복의 계단’이라 불리는 이 길은 사실 645개에 달하는 가파른 계단으로, 노약자나 유모차, 휠체어 이용객에게는 ‘그림의 떡’과도 같았다.
2025년 가을은 이 아쉬움을 달랠 마지막 시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청남대 구 장비창고에서 제1전망대까지 이어지는 330m 구간에 모노레일 설치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며, 2025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모노레일이 완공되면, 청남대는 비로소 ‘누구나’ 장벽 없이 대통령이 보던 그 풍경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평지 산책로뿐만 아니라, 가장 높은 곳의 절경까지 모두에게 허락하는 것이다.
“55만 평의 압도적 스케일, 11만 그루가 빚어낸 가을”

이처럼 비용과 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청남대가 품은 자산의 가치가 그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1983년 조성 이후 20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며 완벽한 ‘자연의 타임캡슐’로 보존된 이곳에는, 조경수 124종 11만 6천여 그루와 야생화 143종 35만여 본이 서식하고 있다.
55만 평(약 182만 ㎡)의 거대한 부지는 가을이 되면 그야말로 거대한 팔레트가 된다. 오각정으로 향하는 호반 산책로의 붉은 단풍나무 군락은 잔잔한 대청호 수면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본관 뒤편으로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황금빛 터널을 이루며 낭만적인 가을의 정취를 선사한다.
이 모든 풍경을 즐기는 데는 등산의 고통이 필요 없다. 잘 닦인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으며, 20년간 농축된 자연의 에너지를 만끽하게 한다.
“2025년 가을의 화룡점정: 16일간의 국화 축제”

이 압도적인 단풍의 향연은 2025년 가을, 축제를 만나 절정에 달한다. 오는 10월 25일(토)부터 11월 9일(일)까지 16일간, ‘2025 청남대 가을축제’가 ‘국화와의 만남’이라는 부제로 개최된다.
단순히 국화를 전시하는 수준이 아니다. 헬기장 주변으로는 500여 점에 달하는 국화 분재와 진기한 목·석부작, 야생화 작품들이 가을의 품격을 더한다. 축제 기간 주말과 휴일에는 어울림마당에서 취타대 행진, 밴드, 국악, 마술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공연이 쉴 틈 없이 펼쳐져 오감을 만족시킨다.
특히 여행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가을 성수기인 10월과 11월 두 달간은 정기 휴무일인 월요일에도 휴무 없이 정상 개관한다. 둘째, 축제 기간 중 매주 토요일(10/25, 11/1, 11/8)은 운영 시간을 오후 9시(21:00)까지 연장해, 조명 아래 더욱 깊어진 가을 호수의 밤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역사를 걷다, 13.5km의 대통령길”

청남대의 가을이 특별한 이유는 이 모든 자연 위에 ‘역사’라는 결이 덧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대통령이 거닐며 국정을 구상했던 사색의 길, ‘대통령길’은 총 13.5km에 이른다.
각 대통령의 이름을 딴 코스를 따라 ‘스탬프 릴레이’에 참여하며 걷다 보면, 참나무와 느티나무 사이로 스미는 가을볕과 함께 역사의 무게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곧 개통될 모노레일이 빠르고 편안하게 절경을 선물한다면, 이 대통령길은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며 가을의 서정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단풍은 어디에나 있지만, 주차료를 폐지하고 645개 계단을 오르는 모노레일을 설치하며 ‘국민’을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가을은 오직 청남대에만 있다. 굳게 닫혔던 시간만큼이나 깊고 짙게 농축된 가을의 색, 그리고 그 문턱을 활짝 낮춘 환대의 손짓을 만나러 이번 주말 청남대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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