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인데 절정이라고?”… 전국에서 가장 늦게 물드는 3.21km 단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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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청산도 단풍길
슬로길 9코스 늦가을 소풍

청산도 단풍길 풍경
청산도 단풍길 풍경 / 사진=완도군

설악산도, 내장산도 단풍이 다 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색을 입기 시작하는 섬이 있다. 전남 완도 앞바다에 떠 있는 청산도다.

내륙보다 기온이 높아 늦가을까지도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전국에서도 손꼽히게 단풍이 늦게 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이 완전히 떠나기 직전, 단 이틀간만 열리는 작은 걷기 축제가 펼쳐진다. 이름부터 설레는 ‘단풍길 소풍’.

전남 완도군 청산도 국화리 일대, 슬로길 9코스 단풍길을 통째로 배경으로 삼은 행사로 11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다.

청산도 단풍길

청산도 범바위전망대
청산도 범바위전망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도청3길 30-1에 위치한 청산도는 이름 그대로 산도, 바다도, 하늘도 푸른 색을 띤다고 해서 ‘청산’이라는 이름을 얻은 섬이다.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인정받으면서 “천천히 걷기 좋은 섬”이라는 정체성을 굳혔다.

이후 CNN이 선정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선’에 오르고,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리며 걷기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청산도의 슬로길은 전체 11코스, 17개의 길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길이는 마라톤 거리와 비슷한 약 42km이다. 각 코스마다 테마가 달라 어느 길을 골라 걸어도 섬의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가을에 가장 빛나는 길이 바로 9코스 단풍길이다.

슬로길 9코스 단풍길은 공식 안내 기준 약 3.21km, 걷는 시간은 약 55분 정도로 표기되어 있다. 출발점은 정골꼬랑으로 불리는 상수원 입구이고, 국화리 입구와 오천기미, 진짝지 입구를 지나 지리 청송해변 입구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청산도 단풍길
청산도 단풍길 / 사진=전라남도 공식 유튜브

머리 위로는 붉은 잎과 노란 잎이 뒤섞여 있고, 발 아래에는 바삭바삭한 단풍잎이 카펫처럼 깔린다. 여기에 옆으로는 푸른 바다가 시야를 채우고 있어, 붉은 색과 푸른 색이 한 화면에서 맞부딪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내륙의 단풍이 거의 끝나가는 시기, “이제 가을은 다 지나갔구나” 싶은 때에 청산도 단풍길은 오히려 절정에 가까운 색을 보여준다.

그래서 다른 산이나 도시에서 단풍 시즌을 놓친 사람들에게 청산도는 일종의 “마지막 가을 구제 여행지”처럼 느껴지곤 한다.

평소에 이 길은 천천히 섬의 일상을 느끼며 걷는 산책 코스지만, ‘단풍길 소풍’이 열리는 날만큼은 조금 더 들뜬 분위기로 바뀐다. 길가에 포토존이 생기고, 체험 부스와 공연이 더해져, 걷기와 작은 축제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섞인 공간으로 재탄생합니다.

차 없는 단풍길에서 즐기는 진짜 소풍

청산도 단풍길 소풍 행사 포스터
청산도 단풍길 소풍 행사 포스터 / 사진=완도군

‘청산도 단풍길 소풍’은 이름처럼 엄청나게 거창한 축제라기보다, 단풍이 가장 예쁘게 물든 시기에 맞춰 여는 동네 소풍 같은 행사다.

전남 완도군과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하고, 청산농협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이 중심이 되어 주민들이 직접 꾸미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주민 주도의 섬 관광 프로그램을 키우기 위한 DMO 육성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만큼, 행사 전반에 지역 사람들의 색이 강하게 배어 있다.

행사는 11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특히 29일에는 단풍길 구간 차량이 전면 통제될 예정이라, 걷는 사람만을 위한 진짜 ‘차 없는 거리’가 된다. 단풍 터널 한가운데 도로 정중앙에 서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면 이 날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청산도 단풍길 전경
청산도 단풍길 전경 / 사진=전라남도 공식 유튜브

프로그램 구성도 소풍이라는 이름에 딱 맞게 채워졌다. 길 한편에는 서커스와 통기타 공연이 마련되어, 걷다가 잠시 멈춰 앉아 음악을 듣고, 공연을 구경하며 늦가을 오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캠핑 의자, 랜턴, 감성 텐트 소품 등을 활용한 포토존도 곳곳에 꾸며져 있어, 굳이 따로 캠핑을 가지 않아도 캠핑 감성 사진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체험 부스 역시 다양하다. 단풍길 소원 나무에 소망을 적어 매달아 보는 프로그램부터, 마그네틱 만들기, 단풍잎 책갈피 만들기, 키링 제작 체험 등이 준비된다.

무엇보다 이틀간 열리는 행사라 해도 섬 여행 특성상 배편 시간 확인은 필수다. 행사가 열리는 구간은 섬의 중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도착 후 이동 시간을 감안해 일정을 짜야 한다. 또한 단풍길만 보고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큰 섬이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슬로길의 다른 코스도 이어 걷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청산도 바다
청산도 바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산도의 단풍길은 늦가을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공식 기준 3.21km의 길지만, 걸음마다 변하는 색과 풍경 덕분에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주민들이 직접 꾸민 단풍길 소풍이 더해지면서, 이 길은 단순한 산책 코스가 아니라 가을과 섬의 일상이 만나는 축제의 무대로 변한다.

다른 지역에서 단풍을 놓친 이들에게는 ‘늦가을의 마지막 기회’가 되기도 하고, 이미 단풍을 봤던 이들에게도 새로운 계절을 덧칠해주는 여행지다. 청산도가 천천히 걸을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곳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올해 이틀 동안 열리는 단풍길 소풍은 그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가을이 끝나기 전, 단풍이 바다를 향해 내려앉는 이 특별한 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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