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카페 청송정원
두 달간 이어지는 가을 정원

눈을 돌리는 곳마다 색의 파도가 넘실거리고, 숨을 쉴 때마다 청정한 공기가 폐부를 씻어내는 곳. 올가을, 여행 계획에 마침표를 찍게 할 특별한 장소가 문을 열었다. 흔한 꽃 축제려니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곳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지역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까지 담아낸 거대한 서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땅, 경북 청송에서 펼쳐지는 두 달간의 가을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산소카페 청송정원

그 주인공은 산소카페 청송정원(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728)이다. 무려 15만㎡(약 4만 5천 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를 캔버스 삼아, 다채로운 빛깔의 백일홍이 화려한 물결을 이루는 이곳은 가을의 정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명소다.
2025년 9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두 달간 운영되는 이 거대한 정원은 별도의 매표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이며, 넓은 전용 주차장 역시 무료로 개방되어 방문객의 부담을 덜었다.

이토록 압도적인 규모의 정원을 무료로 개방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산소카페’라는 이름은 청송의 청정 자연을 상징하는 슬로건이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및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지역의 자부심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청송의 깨끗한 자연 그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체험 공간인 셈이다.
특히 올해의 무료 개방은 지난봄 지역을 할퀸 대형 산불로 상심한 주민들을 위로하고, 청송을 다시 찾은 관광객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군의 의지가 담겨있다.
윤경희 청송군수가 “방문객 한 분 한 분의 발걸음이 지역의 힘이 되고, 재기를 향한 응원이 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이곳을 걷는 것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응원과 연대의 발걸음이 된다.
축제로 이어지는 전략적 큰 그림

산소카페 청송정원의 진정한 가치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선다. 이곳은 10월 말에 열릴 지역 최대 행사인 청송사과축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매우 치밀하게 설계된 관광 허브다.
백일홍이 만개하는 기간과 사과 수확철을 절묘하게 연결함으로써, 관광객들이 청송에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원 산책길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주말마다 열리는 버스킹 공연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청송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는 타 지역의 유료 가을 꽃 축제와 뚜렷이 구별되는 지점이다. 입장료 수입에 의존하기보다 방문객 전체를 지역 경제의 파트너로 삼는 과감한 전략은, ‘머물고 싶은 청송, 다시 찾고 싶은 청송’을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의 일부다.
백일홍의 붉은빛이 사과의 붉은빛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거대한 가을 프로젝트는, 청송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현명하게 자신들의 자산을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청송의 가을, 완벽하게 즐기는 법

청송 여행을 계획한다면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중심에 두고 동선을 짜는 것이 현명하다. 오전에 정원에서 여유롭게 꽃의 향연을 즐겼다면, 오후에는 대한민국 명승 제11호인 주왕산 국립공원의 기암괴석을 감상하거나, 신비로운 물안개로 유명한 주산지의 고요함에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후 10월 29일부터 11월 2일 사이에 방문한다면, 청송읍 용전천 현비암 일원에서 열리는 제19회 청송사과축제에 들러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사과의 맛과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올가을, 복잡한 마음을 비우고 진정한 쉼을 얻고 싶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입장료라는 문턱도, 주차 걱정도 없는 청송에서 자연이 주는 가장 순수한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4만 5천 평의 백일홍이 보내는 황홀한 초대에 응답할 시간이다.

















사람이 없다는게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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