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길은 국내에 단 하나”… 8층 높이에서 360도 돌며 내려오는 단풍 드라이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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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나선형도로
360도 회전이 선사한 놀라운 해법

청양 나선형도로 회전
청양 나선형도로 회전 / 사진=충남관광

마치 잘 설계된 놀이공원의 트랙처럼, 도로가 360도 원을 그리며 아파트 8층 높이를 미끄러지듯 내려온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 아찔하고도 환상적인 주행 경험은 놀랍게도 대한민국의 공공 도로 위에 실재한다. 하지만 이 독특한 길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빙글 도는’ 형태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이면에 숨겨진, 자연과의 공존을 향한 치열한 고민과 창의적 해법의 이야기는 더 큰 울림을 준다. 이곳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우리 국토를 대하는 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절벽을 깎는 대신, 길을 감싸 안다”

청양 나선형도로 항공
청양 나선형도로 항공 / 사진=충남관광

이 특별한 도로의 공식 명칭은 방아다리다. 충청남도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 1-1에 자리한 이 구조물은 360도 회전하는 형태로 인해 ‘청양 나선형도로’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은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이름을 올린 명품 드라이브 코스, 칠갑산 순환도로의 가장 극적인 구간이다. 그러나 이 길이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나선형 구조를 택하게 된 것은 미학적 선택이 아닌,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필연적 결과였다.

설계 당시, 공학자들은 깊은 계곡을 사이에 둔 지천리와 도림리를 연결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혔다. 문제는 두 지점의 높이 차, 즉 표고차가 무려 24m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적인 아파트 8층 높이와 맞먹는 수직의 단절이었다. 통상적인 해법은 명확했다.

청양 나선형도로 전경
청양 나선형도로 전경 / 사진=청양 공식블로그

산의 일부를 거대하게 깎아내 경사로를 만들거나, 수십 미터 높이의 교각을 여러 개 세워 직선의 장대 교량을 놓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칠갑산의 울창한 산림을 대규모로 훼손해야 하는 환경적 부담과 막대한 공사비를 감수해야 했다.

개발과 보존의 딜레마 속에서 나온 해법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길이 자연을 품게 하자.’ 절벽을 깎고 숲을 베어내는 대신, 도로 자체를 부드럽게 휘감아 24m의 높이를 극복하는 360도 나선형 설계를 채택한 것이다. 이는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주어진 지형 조건을 가장 창의적으로 활용한, 지속 가능한 토목 공학의 승리였다.

숫자가 증명하는 안전과 드라이빙의 즐거움

청양 나선형도로 방아다리
청양 나선형도로 방아다리 / 사진=충남관광

빙글빙글 도는 도로라는 설명에 초보 운전자라면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아다리의 정밀한 제원을 살펴보면, 이는 철저한 계산 아래 안전과 즐거움을 모두 잡은 설계임을 알 수 있다. 도로의 총 길이는 287m에 달한다. 24m의 높이를 내려오기 위해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여 급격한 경사 없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33m에 달하는 넉넉한 회전 반경까지 더해져, 운전자는 360도 회전 중에도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칠갑산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핸들을 돌리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숲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체험형 예술 작품이 된다.

불과 수십 초 만에 아파트 8층 높이를 내려오는 독특한 경험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선다. 길이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목적지가 되는 순간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똑똑한 설계 덕분에, 운전자는 불안감 대신 대한민국 유일의 도로 위를 달린다는 특별한 성취감과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칠갑산의 가을을 품은 공학 예술품

청양 나선형도로
청양 나선형도로 / 사진=청양 공식블로그

청양 나선형도로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볼거리지만, 칠갑산 순환도로의 일부로서 즐길 때 그 매력은 배가된다. 특히 10월,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면 이 도로는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 무대로 변모한다. 붉고 노란빛으로 물든 칠갑산의 풍경 속을 360도 회전하며 내려오는 경험은 다른 어떤 드라이브 코스도 흉내 낼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자연이 내준 어려운 숙제를 인간의 지혜와 기술로 풀어낸 이 길은,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다. 이곳은 우리 국토를 어떻게 대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이번 주말, 청양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단 하나뿐인 이 공학적 예술품 위를 달려보자. 그 부드러운 곡선 위에서 자연을 존중한 기술의 위대함과 드라이빙의 순수한 즐거움을 동시에 되새겨보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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