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방아다리 나선형도로
360도 회전이 선사하는 이색 드라이브

운전대를 잡고 360도를 온전히 회전하며 아파트 8층 높이를 내려가는 도로. 대한민국에 단 하나뿐인 이 특별한 길은 어디에, 그리고 대체 왜 이런 기묘한 형태로 만들어졌을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그 탄생 비화를 알고 나면, 눈앞의 도로는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충남 청양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만난 이 길은, 자연을 존중한 인간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그 자체로 최고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엔지니어링 아트’다.
24m 높이 차가 낳은 발상의 전환, ‘방아다리’

이 도로의 공식 명칭은 ‘방아다리’다. 하지만 360도 빙글 돌아가는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청양 나선형도로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충청남도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 1-1에 위치한 이 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명품 드라이브 코스 ‘칠갑산 순환도로’의 일부다. 하지만 이곳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나선형 도로가 된 데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칠갑산 자락의 깊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장평면의 지천리와 도림리를 잇는 구간이다. 문제는 두 지점의 높이 차, 즉 표고차가 무려 24m에 달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도로 설계 방식으로는 이 거대한 높이 차를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산을 깎아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거나 거대한 교각을 세워 직선으로 잇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는 막대한 자연 훼손을 동반하는 방식이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깎고 부수는 대신, 길을 부드럽게 휘감아 내리는 360도 나선형 도로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4m의 표고차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자, 주변 산림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해법이었다.
숫자로 증명하는 안전과 재미

빙글빙글 도는 도로라는 말에 운전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방아다리의 제원을 살펴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도로의 총 길이는 287m에 달하며, 이는 24m의 높이를 충분히 완만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도로의 폭이다. 방아다리의 도로 폭은 13m로, 일반적인 국도 폭인 9~9.5m보다 3m 이상 넓다. 360도 회전하는 반경 역시 33m로 넉넉하게 설계해, 운전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똑똑한 설계의 결과다.

핸들을 돌리면 시야가 천천히 360도 회전하며 칠갑산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불과 몇 초 만에 아파트 8층 높이를 순식간에 내려오는 경험은 다른 어떤 도로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도로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체험이 되는 순간이다.
자연이 내준 어려운 숙제를 인간의 지혜로 풀어낸 청양 나선형도로. 이곳은 단순한 드라이브 코스를 넘어, 우리 국토를 대하는 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청양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대한민국 유일의 이 공학적 예술품 위를 달려보며 그 특별한 탄생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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