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 원 냈는데 3천 원 돌려받는다고?”… 100만 송이 버베나·코스모스 펼쳐진 가을 꽃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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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 꽃밭
축구장 33배 대지 위에서 발견한 평화와 3천 원의 행복

철원 고석정 꽃밭
철원 고석정 꽃밭 / 사진=철원군 공식 블로그

울긋불긋한 가을꽃의 향연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만약 그 꽃들이 한때 포성과 긴장만이 가득했던 땅 위에 피어났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부분의 꽃밭이 그저 아름다움을 뽐내는 데 그칠 때, 이곳은 우리가 딛고 선 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단순한 ‘가성비 여행지’라는 얄팍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거대하고 묵직한 서사를 찾아, 강원특별자치도 철원으로 떠난다.

고석정 꽃밭

고석정 꽃밭 버베나
고석정 꽃밭 버베나 / 사진=철원군 공식 블로그

이 거대한 꽃의 정원의 공식 명칭은 고석정 꽃밭으로,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1769에 자리한다. 그 규모는 자그마치 24만㎡.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면 국제 규격 축구장 33개를 한데 모아놓은 크기를 떠올리면 된다.

매년 가을이면 이 광활한 대지 위로 촛불맨드라미, 천일홍, 버베나, 핑크뮬리 등 수십 종의 꽃들이 색의 파도를 일으키며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눈에 보이는 화려함 너머에 있다. 이 땅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 포사격장 등으로 쓰이던 유휴지였다.

안보를 이유로 민간의 발길이 엄격히 통제되던, 긴장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던 셈이다. 그 잿빛 대지가 남북 평화의 바람을 타고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평화 생태 경관 단지로 기적처럼 다시 태어났다.

관람료 6천 원, 환급 3천 원

고석정 꽃밭 황화코스모스
고석정 꽃밭 황화코스모스 / 사진=철원군 공식 블로그

고석정 꽃밭의 운영 방식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2024년 기준 성인 입장료는 6,000원(어린이 3,000원)이지만, 입장과 동시에 철원군 내 570여 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철원사랑상품권 3,000원 권을 되돌려준다. 실질적으로 단 3,000원에 이 모든 풍경을 누리는 셈이다. 주차장 역시 무료로 운영되어 방문객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는 1만 원을 훌쩍 넘는 입장료를 받으면서도 별다른 혜택이 없는 타 지역 대규모 축제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회성 수익에 의존하는 대신, 방문객의 소비가 자연스럽게 지역 식당과 카페,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여행자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만족도를 높이고, 그 돈은 고스란히 지역 경제의 모세혈관을 타고 흐른다. 이는 단순한 할인 정책을 넘어, 관광객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웃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이상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철원군 관계자가 “이곳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연계된 생태·평화 관광의 핵심 거점”이라고 밝힌 것처럼, 그 비전은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지역 전체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놓치면 후회할 관람 팁

고석정 꽃밭 핑크뮬리
고석정 꽃밭 핑크뮬리 / 사진=철원군 공식 블로그

꽃밭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몇 가지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 좋다. 가을 시즌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6시에 마감된다.

특정 기간에는 오후 9시까지 야간개장을 진행해, 화려한 조명 아래서 낮과는 전혀 다른 몽환적인 꽃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단, 매주 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므로 방문 계획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025년 가을 시즌은 예년(9월 1일~10월 31일)과 비슷하게 운영될 것으로 추정되나, 방문 직전 공식 홈페이지(033-455-7072) 확인은 필수다.

깡통열차
깡통열차 / 사진=철원군 공식 블로그

인파를 피해 여유롭게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을 공략하는 것이 현명하다. 꽃밭 곳곳에 설치된 다채로운 포토존과 소품을 활용하면 작품 사진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인기 만점인 ‘깡통열차'(유료)는 드넓은 꽃밭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다. 또한, 15kg 미만의 반려견은 목줄과 인식표를 착용하면 동반 입장이 가능해 반려동물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번 가을,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여행을 넘어 마음을 채우는 깊이 있는 여정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긴장의 땅에서 피어난 평화의 꽃바다, 고석정 꽃밭은 당신에게 그 어떤 여행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감동과 사색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지불한 돈의 절반이 지역의 희망으로 되돌아오는 착한 소비의 즐거움은 가장 완벽한 가을 나들이를 완성하는 기분 좋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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