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강원도 철원의 승일교는 북한이 착공하고 남한이 완공하여 두 시기의 공법 차이가 다리 중앙에 비대칭 아치로 남은 국가등록문화재입니다.
- 현재 차량 통행은 금지되어 무료 보행만 가능하며, 길이 120m와 높이 35m 규모의 교량 바닥에 남북한 공법 구분 그래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 방문 시 인접한 고석정, 은하수교, 직탕폭포를 연계하고 3.6km 길이의 주상절리길 트레킹 전에는 기상에 따른 출입 제한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강원도 철원의 늦여름, 한탄강 협곡 위로 바람이 지나간다. 검은 현무암 절벽 사이를 굽이치는 물줄기 위에 하나의 아치형 교량이 걸쳐 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콘크리트 다리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기묘한 비대칭이 눈에 들어온다. 다리 한쪽과 다른 쪽의 아치 크기와 교각 형태가 미묘하게 다른 것이다.
이 다리는 한 나라가 짓다가 멈추고, 다른 나라가 이어서 완성한 교량이다. 그 사이에 전쟁이 있었다. 착공 주체와 완공 주체가 달랐기에 구조물 안에 두 시기의 공법이 그대로 남았고, 그 흔적이 지금도 다리 위를 걷는 사람들 눈앞에 또렷하게 드러난다.
북한이 착공하고 전쟁으로 멈춘 교량의 역사

승일교(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일대 한탄강 협곡)는 1948년경 북한 정권 주도로 착공된 철근콘크리트 아치형 근대 교량이다. 한탄강 협곡을 가로지르는 이 교량은 공사가 진행되던 중 한국전쟁 발발로 중단되어 미완성 상태로 남았으며, 이후 수복된 철원 일대에서 남한이 나머지 구간을 이어 지어 1958년 완공했다.
일부 기록에는 1958년 12월 3일 준공 일자가 명시되어 있다. 역사적·조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5월 27일 국가등록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되었다.
승일교라는 이름은 한국전쟁에서 전과를 세우고 납북된 박승일 대령을 기리기 위해 붙였다는 설이 정설로 전해지며, 이승만과 김일성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는 설도 비공식적으로 함께 이야기된다.
다리 중앙에서 갈리는 두 시공의 흔적

승일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두 구간의 구조 차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다리 중앙부를 기준으로 북한이 시공한 초기 구간과 수복 이후 남한이 시공한 구간은 아치 크기, 교각 형태, 공법과 마감이 서로 달라 외관상 차이가 뚜렷하다.
길이 약 120m, 폭 8m, 높이 35m 규모의 상로식 역 로제아치 구조 교량으로, 아치와 교각이 한탄강 협곡의 현무암 지형과 어우러져 독특한 조형미를 만들어낸다. 바닥에는 남한 공법과 북한 공법 구간을 구분해 설명하는 그래픽이 시공되어 있어, 방문객이 두 시공 흔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1999년 인접한 한탄대교가 개설된 이후 차량 통행은 금지되었으며, 현재는 무료로 보행만 가능한 역사·경관 체험 공간으로 활용된다.
화산 지형이 빚은 한탄강 협곡 명소들

승일교 주변으로는 한탄강 화산 지형을 따라 볼거리가 이어진다. 고석정은 강 한가운데 솟은 큰 바위와 협곡·절벽·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한탄강의 대표 비경으로, 오랜 세월 물길이 깎아낸 지형이 한눈에 펼쳐진다.
한탄강 은하수교는 철원의 상징인 두루미를 모티브로 설계된 1주탑 비대칭 현수교인데, 중앙부 일부 구간을 유리 바닥으로 제작해 송대소 일대 주상절리 협곡을 아래로 직접 내려다볼 수 있다.
직탕폭포는 강폭 전체를 가로지르듯 수평 방향으로 물줄기가 퍼지는 형태 덕분에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리며, 검은 현무암 암반과 대비되는 흰 물줄기가 이채롭다. 이들 명소는 모두 한탄강 물길을 따라 이어져 있어 승일교를 중심으로 역사와 지형을 함께 체험하는 동선으로 묶기에 적합하다.
주상절리길 트레킹과 방문 전 확인 사항

순담계곡에서 드르니마을까지 약 3.6km를 잇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화산 분출 후 용암이 식으며 형성된 현무암 절벽과 강물을 가까이서 보며 걷는 도보 코스다. 다만 기상 상황과 강 수위에 따라 일부 구간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승일교 자체는 무료로 보행이 가능하며, 차량은 인접한 한탄대교를 이용해야 한다. 철원은 군사보호구역과 인접한 지역 특성상 일부 시설에서 별도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므로, 고석정·은하수교 등 연계 명소의 운영 시간과 주차 여건은 방문 전 각 시설 안내를 통해 미리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하나의 교량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대의 단절과 이어짐이 물리적으로 새겨진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아치 크기가 다르고 교각 형태가 어긋나는 그 경계선에서, 70년에 걸친 한반도의 굴곡이 콘크리트 질감으로 촉감처럼 전해진다.
한탄강 협곡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이라면 더욱 좋다. 붉게 물드는 절벽과 검은 현무암 사이로 흐르는 강물, 그 위에 걸린 분단의 다리가 한 장면 안에 겹쳐질 때, 철원이라는 땅이 가진 무게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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