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바람길숲
11.3km 도심 속 초대형 도시숲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철로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단절의 상징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품고 있다.
치악산의 맑은 바람이 그대로 스며드는 11.3km 숲길이 원주의 일상 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 80년 동안 닫혀 있던 길이 다시 흐르게 되자, 도시 전체가 새로운 호흡을 되찾는 듯하다.
길 위를 천천히 걷기만 해도 삶의 리듬이 다시 정돈되는 기분이 든다.
치악산 바람길숲

이 길을 처음 마주하면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규모다. 우산동 한라비발디 앞에서 반곡역까지 이어지는 11.3km의 도시숲은 국내에서 가장 긴 바람길숲으로 꼽힌다.
한때는 기차가 다니던 중앙선 폐선 구간이었지만, 전면 개통 이후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길로 재탄생했다. 2024년 1단계 개통을 시작으로 2025년 10월 전 구간이 열리면서, 원주 시민들이 체감하는 도시의 흐름도 달라졌다.
치악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바람이 도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설계된 이 공간은 단순한 조경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기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바람길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능성을 갖추어 실질적인 도시 건강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가치가 인정되어 산림청 공모에서도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
걷는 동안 풍경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수목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은행나무, 왕벚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중국단풍, 메타세쿼이아 등 23만 주가 테마별로 식재되어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가을에는 단풍과 황금빛 거리가 펼쳐지고, 봄에는 벚꽃과 신록이 기분 좋은 대비를 이룬다. 걸음마다 다양한 장면이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곳을 출발점으로 삼아도 풍경의 깊이가 확연하다.
11.3km를 알차게 걷는 방법

전체 길이가 길다 보니 어느 지점을 시작점으로 삼느냐에 따라 걷기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 그중 가장 안정적인 거점은 원주센트럴파크다.
옛 원주역이 자리하던 이곳은 여러 구간으로 이동하기 쉽고 동선 조절이 용이해 많은 방문객이 기본 출발지로 선택한다. 약 120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있어 접근성도 편리하다.
최초 1시간 무료 이용이 가능하며 이후 30분마다 600원이 부과된다. 하루 최대 요금은 7천 원으로 비교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전체 구간을 모두 걸을 계획이라면 주차 후 대중교통을 연결해 반환점을 조절하는 방식이 좋다. 반곡역 방향으로 이동해 구간을 나누어 천천히 걸을 수도 있고, 우산동 쪽에서 비교적 분위기 있는 숲 구간만 따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한편 가을철에는 낮은 햇볕이 길과 숲 사이를 은은하게 비추며 사진 찍기 좋은 시간대가 자주 등장한다. 아침 혹은 오후 늦은 시간대를 선택하면 빛이 수목 사이로 길게 떨어져, 23만 주의 나무들이 한층 더 풍성하게 보인다.
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기는 만큼 반복 방문에도 새로운 매력이 발견되는 길이다.

치악산 바람길숲은 단순히 폐철도를 걷기 좋은 산책로로 바꾼 도시 사업이 아니다. 80년 동안 도시를 가로막던 경계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자연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흐름이 펼쳐졌다.
11.3km라는 길이의 장대함뿐 아니라 숲의 테마 구성, 쉼터와 문화 공간의 조화, 그리고 도시환경 개선 효과까지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다.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고, 어느 구간을 선택해도 다양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객과 시민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도심 위로 흐르는 바람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하루. 치악산에서 내려오는 신선한 공기가 길 끝까지 전해지는 이 도시숲에서 원주의 새로운 얼굴과 만나는 경험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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