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침엽수원 최초 개방

충청남도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이 55년 만에 굳게 닫혔던 문을 열었다. 1970년에 조성된 이후 단 한 번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침엽수원’이 2025년 가을 축제를 맞아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곳은 단순한 식물원이 아니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렸던 설립자 민병갈(1921~2002) 박사가 평생을 바쳐 일군 생명의 보고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해의 붉은 낙조를 품은 해안 수목원이다.
55년의 기다림 끝에 만나는 비밀의 숲과 가을 바다가 올가을 태안을 찾아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한다.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은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에 자리 잡고 있으며, 현재 11월 23일까지 열리는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이번 축제의 핵심은 단연 ‘침엽수원’의 최초 개방이다. 수목원 설립 이래 연구 및 보전 목적으로 엄격히 통제되던 이 구역은 축제 기간에 한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침엽수원은 이름 그대로 다양한 소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공간이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룬 활엽수 구역과는 또 다른, 차분하고 깊이 있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침엽수원 일부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푸른 눈의 한국인의 유산

이 수목원은 192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1979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민병갈 박사의 헌신 그 자체다. 그는 1962년부터 황무지나 다름없던 태안의 민둥산을 사들여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천리포수목원은 2024년 기준 약 17,000 분류군에 달하는 식물을 보유, 명실상부 국내 최다 식물종을 자랑하는 곳이 되었다.
특히 목련, 동백나무, 호랑가시나무 컬렉션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기도 했다.
산이 아닌 바다를 품은 정원

천리포수목원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내륙이나 산악형 수목원과 달리 ‘바다’와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총 7개 지역 중 일반에 주로 개방되는 ‘밀러가든’은 서해를 정면으로 마주 보도록 설계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울창한 숲 사이로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낭새섬이 떠 있는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밀러가든 내 ‘바닷가 정원’은 수목원에서 유일하게 해변으로 바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해 질 녘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왜 민병갈 박사가 이 땅을 사랑했는지 알려주는 듯하다.
방문 전 확인할 이용 정보

가을 축제가 열리는 현재, 수목원 운영 시간은 동절기 기준(11월~2월)을 따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 마감은 오후 4시까지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므로 언제든 방문하기 좋다.
입장 요금은 성인(만 20세~70세 미만) 기준 1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만 36개월~초등생)는 6,000원이다. 성수기인 4월과 5월에는 성인 요금이 15,000원으로 인상된다.

주차는 소형 및 대형 주차장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수목원 전체(밀러가든 기준)를 여유롭게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55년 만에 문을 연 비밀의 숲과 서해의 노을이 공존하는 태안군의 천리포수목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다만 침엽수원 개방은 11월 23일에 종료되므로, 이 특별한 초대를 놓치지 않으려면 방문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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