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천리포수목원
눈 덮인 동백꽃·납매를 만나는 곳

12월의 서해안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하얀 눈꽃을 머금기 시작한다. 그 눈발 사이로 1만 6천여 종의 식물이 고요히 숨 쉬는 독특한 공간이 자리한다.
62년 전 한 사람의 헌신으로 시작된 이곳은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라는 기록과 함께, 겨울에도 붉은 동백과 노란 납매가 피어나는 생태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정원이 아니라, 설경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색감과 고요함이 방문객의 발길을 붙드는 셈이다.
눈 내린 아침이면 수목원 전체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변하고, 오후가 되면 서해의 차가운 햇살이 하얀 눈 위로 부서지면서 반짝이는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천리포수목원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동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오후 4시다.
입장료는 성인 일반 12,000원, 중고생 9,000원, 어린이 6,000원이며, 4~5월 성수기에는 성인 15,000원으로 인상된다.
겨울철 바닷가에 위치한 수목원 특성상 바람이 매서울 수 있어 목도리, 장갑 같은 방한용품을 챙기는 것이 필수다. 수목원 내 가든스테이를 이용하면 고요한 아침 수목원을 산책할 수 있으며, 동절기에는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되기도 한다.
2025년 12월 19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는 겨울정원 아카데미가 월 2회, 총 6회에 걸쳐 진행되어 겨울 식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겨울 햇살이 좋을 때 방문하면 눈 위로 반짝이는 빛과 식물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을 찍기에 가장 적합하다.
1962년부터 조성한 식물들의 설경

천리포수목원은 민병갈 박사가 1962년 부지를 매입하며 시작해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한 한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밀러가든을 중심으로 에코힐링센터,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등 7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4년 12월 기준 16,895 분류군이라는 압도적인 식물 보유량을 자랑한다.
이는 국내 수목원 중 최다 기록이며, 특히 동백나무 1,096 분류군, 목련 926 분류군, 호랑가시나무 566 분류군, 무궁화 373 분류군, 단풍나무 257 분류군 등 주요 5속만으로도 3,000종이 넘는 식물이 모여 있다.

겨울철에는 이 방대한 식물 컬렉션이 눈 아래 고요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데, 하얀 눈이 나무 가지와 상록수 잎 위에 소복이 쌓인 풍경은 마치 자연이 직접 그린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민병갈 박사는 본명이 칼 페리스 밀러로, 1921년생인 그는 1979년 한국으로 귀화한 뒤 2002년 타계할 때까지 이 땅에 평생을 바쳤다.
그가 남긴 식물 유산은 지금도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특히 겨울이면 눈 덮인 침엽수원과 밀러가든의 고즈넉한 산책로가 방문객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편이다.
설경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겨울꽃의 향연

천리포수목원의 겨울은 단순히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계절이 아니다. 눈 덮인 정원 곳곳에서 노란 납매가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고, 붉은 동백꽃이 하얀 눈송이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생명력을 드러낸다.
특히 호랑가시나무의 붉은 열매는 눈 쌓인 가지 위에서 더욱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겨울 풍경의 포인트가 되는 편이다.
밀러가든 내 바다 전망대에서는 서해의 낙조와 설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데, 해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눈 덮인 수목원이 펼쳐지는 광경은 사진 촬영 명소로도 손꼽힌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해가 기울어 그늘이 질 수 있어 촬영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이 덕분에 봄과 가을에 비해 방문객이 적은 겨울철에는 오히려 한적하게 사색하며 걷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눈 내린 아침 수목원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함을 찾는 여행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게다가 겨울철 서해안의 청명한 공기는 식물의 윤곽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어, 설경 사진을 남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셈이다.
눈 덮인 납매의 노란 꽃잎과 붉은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만든 자연의 색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서둘러 겨울 여행 계획을 세워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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