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전 피난민의 통로가 이렇게 바뀌었어요”… 조망 9경에 선정된 168계단 명소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초량 산복도로 골목길이 새로운 이동 수단과 다채로운 문화 공간을 갖춘 매력적인 역사 산책로로 거듭났습니다.

168계단
168계단 / 사진=부산 갈맷길

핵심 요약

  • 부산 동구 초량 이바구길의 168계단은 한국전쟁 피난민들의 역사적 생활 통로이자 북항과 원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 명소입니다.
  • 2025년 3월 11일부터 신규 운행을 시작한 12인승 경사형 엘리베이터인 초량168계단 하늘길을 통해 계단 하단부터 김민부 전망대를 거쳐 상단까지 무료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 경사도가 40~45도에 달하는 급경사 계단이므로 안전을 위해 편안한 운동화를 착용해야 하며 대중교통 이용 시 부산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여름 해가 길어지면, 부산 동구 산복도로에서 내려다보이는 북항의 수평선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간이 일찍 찾아온다. 그 빛 속에 회색 보도블록과 붉은 벽돌담이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계단 양쪽 타일 위의 형형색색 작은 집들이 노을빛을 받아 생기를 더한다.

수십 년 전 물동이를 이고 이 계단을 오르내리던 피난민들의 숨결이 지금도 골목 곳곳에 스며 있다. 경사 약 40-45도, 길이 약 40m, 계단 수 정확히 168개. 이 숫자들이 만들어낸 계단 하나가 한국전쟁 이후 부산의 삶을 지탱해온 통로였다.

산복도로 재생·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이바구길이 조성된 이후, 이 계단은 부산 원도심을 찾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치는 산복도로 조망 9경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168계단이 품고 있는 피난민의 시간

168계단 우물
168계단 우물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초량 이바구길 중심인 이 계단(부산광역시 동구 영초길 191 일대, 영초길191번길 인근)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 수도였던 부산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이 산복도로 윗동네에 터를 잡으면서 생긴 생활 통로다.

계단 시작점 옆에는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었는데, 과거 세 개였던 우물 중 현재는 한 곳만 남아 있다. 윗동네 주민들은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물을 길어 올랐고, 우물가는 자연스레 만남과 소문이 오가는 삶의 중심이 됐다.

‘이바구’가 부산 방언으로 ‘이야기’를 뜻하듯, 이 계단에는 수십 년간 쌓인 이야기들이 층층이 담겨 있다.

2025년 새로 열린 하늘길과 전망대

지금은 철거된 모노레일
지금은 철거된 모노레일 / 사진=부산 갈맷길

2016년 설치된 8인승 모노레일이 안전 문제로 2023년 철거된 뒤, 그 자리를 12인승 경사형 엘리베이터 ‘초량168계단 하늘길’이 대신하고 있다.

2025년 3월 11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 엘리베이터는 계단 하단 문화전시공간을 출발해 중간의 김민부 전망대를 거쳐 상단 명란브랜드연구소·청년 창업 공간까지 총 세 개 정류장을 잇는다.

중간 정류장인 김민부 전망대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작사한 동구 출신 시인을 기념해 조성된 공간으로, 부산항과 부산항대교가 한눈에 펼쳐지는 쉼터 역할을 한다. 계단 꼭대기에서는 북항·원도심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며, 특히 해 질 무렵 노을과 야경이 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단 주변을 채우는 문화·미식 콘텐츠

168계단 전망대
168계단 전망대 / 사진=부산 갈맷길

상단부의 168 더 데크는 대형 야외 스크린과 무선 헤드셋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북항을 배경으로 한 야외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명란브랜드연구소는 부산 명물 명란을 테마로 한 미식관광 브랜딩 공간으로, 명란카페테리아에서 명란 요리와 테이크아웃 음료를 즐기고, 명란스토리지에서 명란 삼남매 캐릭터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이바구공작소에서는 초량 주민들의 옛 사진과 생활 자료를 전시해 마을의 기억을 기록 공간으로 담아두고 있으며, 담장 갤러리와 벽화 거리가 이어지는 골목길 산책도 코스의 일부다. 산복도로를 따라 더 오르면 유치환의 우체통 전망대에서 1년 뒤 받아보는 느린 우체통 체험도 할 수 있다.

이용 안내 및 교통 접근법

168계단 모습
168계단 모습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168계단과 이바구길 계단 구간은 연중무휴 상시 개방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7번 출구에서 도보 약 8-10분이면 이바구길 입구와 계단 시작점에 도달하며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계단은 경사 약 40-45도의 급경사로 체력 소모가 크므로 운동화 착용이 권장되며, 난간을 짚어가며 천천히 오르면 중간 전망 지점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문의는 부산 동구청 미래사업단(051-440-4781)으로 하면 된다.

168계단 풍경
168계단 풍경 / 사진=부산 갈맷길

한국전쟁의 상처를 딛고 형성된 산복도로 마을이 이제 부산에서 가장 감도 높은 역사 산책로로 거듭난 셈이다. 168개 계단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과거 주민들의 일상을 몸으로 체험하는 과정이 되고, 꼭대기에서 마주하는 북항의 전망은 그 땀의 보상이 된다.

야외 영화와 명란 음식, 느린 우체통까지 더해진 지금,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계단 위아래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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