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가 바로 발밑에서?”… 풍경도 최고인 바다 위 72m출렁다리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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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애국가 속 일출 명소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법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솟아오른 기암괴석, 촛대바위. 동이 트기 전, 짙은 남색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드는 순간, 그 웅장한 실루엣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TV 속 애국가 영상에 단골로 등장하던 이 장면은 오랫동안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이었다.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는 단순히 두 지점을 잇는 다리가 아니다. 파도 소리를 발밑의 배경음악 삼아, 바다 위 하늘을 걷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야 가득 펼쳐지는 절경은, ‘바라보는 풍경’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으로 바꿔놓는다. 풍경을 즐기는 방식에 대한 대담하고도 성공적인 혁신이 이곳에 있다.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전경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는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촛대바위길 28에 자리한다. 2019년 6월 문을 연 이 다리는 길이 72m로, 육지와 추암 해안의 기암괴석 중 하나를 잇는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대부분의 출렁다리가 산과 계곡에 놓인 것과 달리, 거친 파도가 부딪히는 해상 암벽 사이를 직접 연결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방문객은 동해의 에메랄드빛 물결과 병풍처럼 펼쳐진 해안 절경을 발아래에 두고 걷는, 전에 없던 체험을 하게 된다.

추암 촛대바위
추암 촛대바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역사적 맥락과 결합될 때 더욱 빛난다. 추암은 고려 공민왕 시절, 관리 생활에 염증을 느낀 선비 심동로가 낙향해 ‘해암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머물렀을 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절경지다.

이후 조선시대 문인들 또한 이곳의 풍광을 노래했으며, 촛대처럼 뾰족 솟은 바위는 애국가 영상에 등장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출 명소로 각인되었다. 출렁다리는 바로 이 유구한 역사를 품은 풍경을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에서, 온몸으로 ‘체험’하는 능동적 행위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장치인 셈이다.

스릴과 낭만이 공존하는 72m의 여정

동해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동해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다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일반적인 산악 출렁다리와의 차이점이 오감으로 느껴진다. 단순히 높이에서 오는 아찔함이 아니다.

다리 중앙부 바닥에 설치된 투명 강화유리와 강철 격자(스틸그레이팅) 너머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생생하게 보인다. 파도 소리가 발밑에서 그대로 증폭되어 전해지는 청각적 자극은, 시각적 스릴을 넘어 이곳이 바다 한가운데임을 실감케 한다.

흔들림의 강도는 무서울 정도는 아니지만, 해풍의 세기와 파도의 리듬에 맞춰 미세하게 진동하며 바다와 함께 호흡하는 듯한 독특한 감각을 선사한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압권이다.

한쪽으로는 고요한 추암항과 해수욕장이, 다른 한쪽으로는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나간 기암괴석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촛대바위는, 해변에서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른 입체감과 웅장함으로 다가온다.

운영 정보와 주변 명소

추암 촛대바위 전경
추암 촛대바위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토록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는 놀랍게도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다.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고마운 정책이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나뉜다.

하절기인 4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동절기인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개방된다. 연중무휴로 운영되지만, 바다 위에 설치된 시설인 만큼 강풍, 호우, 대설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안전을 위해 예고 없이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

따라서 방문 전 동해시 관광과(033-530-2801)나 공식 관광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출렁다리 체험을 마쳤다면,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주변 명소들을 놓치지 말자. 다리 바로 옆에는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해암정이 있다.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모습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고려 말의 학자 심동로가 짓고, 조선 중기의 문신 심언광이 중건한 이 정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선인들이 보았던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다채로운 조각 작품과 해안 산책로가 어우러진 추암조각공원 역시 함께 둘러보기 좋은 코스다.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역사와 자연, 현대 기술이 결합된 복합 문화 체험 공간.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는 우리에게 익숙했던 동해의 풍경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이번 주말, 애국가 속 장엄한 일출의 현장으로 들어가 바다 위를 걷는 특별한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발밑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느끼는 순간, 잊지 못할 여행의 한 페이지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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