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없이 이 풍경을 본다고요?”… 10년 만에 개방 된 숨은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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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1.8km 트레킹 여정

충주 악어봉
충주 악어봉 / 사진=충주시 공식블로그

충주호의 푸른 물결 위로, 마치 거대한 악어 떼가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드는 듯한 장엄한 풍경. 그 압도적인 경관을 가장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인 악어봉이 10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과거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허가 없이는 접근조차 불법이었던 이곳은 이제 나무데크로 단장한 정식 탐방로를 갖추고 새로운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

악어봉 전경
악어봉 전경 / 사진=충주시 공식블로그

악어봉이라는 이름은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충주호의 산자락이 악어의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졌다. 호수에 잠긴 월악산의 끝자락이 만들어낸 이 비경은 ‘악어섬’이라 불리며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비밀스러운 출사지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월악산국립공원 내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비법정 탐방로를 통한 산행은 늘 위험과 제약이 따랐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충주시는 지난 10여 년간 환경부, 국립공원공단과 꾸준한 협의를 진행했다.

악어봉 관광객
악어봉 관광객 / 사진=충주시 공식블로그

그 결과, 마침내 2024년 9월 11일,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작은 악어봉(해발 448m) 구간의 전망대를 대중에게 개방하는 결실을 보았다.

이는 단순한 길의 개방을 넘어, 지역의 소중한 자연 자산을 보존하면서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악어봉 탐방로 입구에 다다르면 악어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악어봉 계단
악어봉 계단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재근

숨이 턱에 찰 때쯤 능선에 올라서면, 비로소 시야가 트이며 충주호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중간 전망대를 지나 낭떠러지 옆 난간 길을 따라 마지막 힘을 내어 오르면, 마침내 작은 악어봉 전망대에 닿는다.

눈앞에 펼쳐진 악어떼가 호수로 돌진하는 듯한 풍경은 가파른 오르막의 수고를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왕복 1.8km의 탐방로는 거리가 짧다고 얕볼 수 없는 코스다.

악어봉 전망
악어봉 전망 / 사진=충주시 공식블로그

악어봉의 인기는 막연한 체감이 아닌 뚜렷한 수치로 확인된다. 국립공원공단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의 집계에 따르면, 탐방객 측정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연말까지 약 두 달간 3만 2,922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는 같은 기간 월악산 국립공원 전체 24개 탐방로 방문객(13만 5,616명)의 24.3%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이다.

월악산사무소는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개방 초기 기간을 포함하면 실제 누적 탐방객은 5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충주호 전경
충주호 전경 / 사진=충주시 공식블로그

충주호 악어봉의 사례는 잘 보존된 자연경관 하나가 어떻게 지역 경제와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접근성을 개선하고 안전을 확보하자, 숨겨져 있던 비경은 스스로 강력한 관광 콘텐츠가 되었다.

이제 악어봉은 단순히 사진 찍기 좋은 곳을 넘어, 더 많은 관광객을 충주로 이끄는 중요한 자산이자 충주 가볼만한 곳 리스트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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