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함께 달리는 드라이브라니”… 부모님도 감탄한 은빛 물결 가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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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섬
27만 평 은빛 바다에서 경험하는 가을 최고의 절경

비내섬 억새
비내섬 억새 / 사진=충주시청

가을이 되면 바람은 저마다의 소리를 낸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억새밭을 스치는 소리다. 수만, 수십만 개의 억새가 일제히 서걱이며 만들어내는 소리의 파도. 눈앞에는 지평선 끝까지 은빛 물결이 넘실댄다.

이 비현실적인 풍경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땀 흘려 걷고, 전망대에 올라 먼발치에서 감탄했다. 그런데 만약, 이 거대한 은빛 바다 한가운데로 내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떨까.

창문을 내리면 쏟아져 들어오는 억새의 속삭임을 들으며 유영하듯 달릴 수 있는 곳. 바로 충주 비내섬에서는 이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

비내섬

비내섬 억새 모습
비내섬 억새 모습 / 사진=충주시청

비내섬의 여정은 내비게이션에 충청북도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 412를 입력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상식을 뛰어넘는 풍경이 펼쳐진다.

입구를 막는 차단기나 매표소 없이, 자연스럽게 억새 군락지 사이로 난 비포장길로 차가 들어간다. 이곳이 바로 축구장 130개 크기, 92만 484㎡에 달하는 거대한 억새의 왕국이다.

차량의 바퀴가 천천히 흙길을 구르는 동안, 창밖으로는 시야를 가득 채운 억새들이 손에 잡힐 듯 스쳐 지나간다. 키를 훌쩍 넘는 억새들이 바람의 결에 따라 눕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내는 은빛 파도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 / 사진=충주시 공식 블로그

다른 명소들처럼 멀리 떨어진 데크 길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억새의 바다 한복판을 항해하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 이것이 비내섬 억새 여행의 본질이자, 다른 곳에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이다.

이토록 원시적이고 광활한 억새밭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이 국가내륙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인위적인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최고의 보존이 최고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트레킹으로 완성하는 억새 탐방

억새 트레킹
억새 트레킹 / 사진=충주시 공식 블로그

비내섬은 충주시가 1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충주 풍경길의 제1코스 ‘비내길’이기도 하다. 약 7.5km의 평탄한 길을 따라 걸으면, 차 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억새의 디테일과 마주하게 된다.

햇살의 각도에 따라 금빛으로, 은빛으로, 때로는 분홍빛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억새의 색감과 서걱이는 소리의 합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전 세계를 휩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는 가장 극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최고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내섬 전경
비내섬 전경 / 사진=충주시 공식 블로그

연중무휴 24시간, 입장료와 주차비 없이 이 모든 경험이 무료라는 사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늘이 높아지고 바람이 시원해지는 계절, 판에 박힌 억새 구경에 싫증이 났다면 비내섬으로 향하자.

차를 몰고 은빛 파도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은, 당신의 가을을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기록해 줄 것이다. 방문 관련 세부 정보는 충주시청 관광과(043-850-6423)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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