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석종사
고려 창건 역사와 현대적 건축미

겨울의 맑은 공기가 금봉산 자락을 감싸면, 산속 깊은 곳에서 고요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를 따라 산길을 오르면, 절벽 위에 고즈넉이 자리한 사찰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라 말 고려 초에 창건되었던 천년고찰을 일제시대 폐사 이후 25년 전 혜국 선사가 다시 세운 이곳은, 전통 건축양식과 현대적 수행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도량이며, 역사적 가치가 깊다.
겨울 산사의 고요함 속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고 싶다면, 이 특별한 공간으로 향해보길 권한다. 충주시 직동에 위치한 석종사의 매력을 살펴봤다.
충주 석종사

석종사가 자리한 금봉산(635.6m) 자락은 신라 말 고려 초부터 ‘죽장사’라 불리던 천년고찰의 터였다. 하지만 조선 말 억불정책 시기에 사찰이 폐허가 되고 청녕헌(충주관헌) 건물이 들어섰으며, 일제시대에는 완전히 폐사되어 5층 석탑만 홀로 터를 지켜왔다.
약 25년 전, 혜국 선사가 과수원 800평을 시작으로 복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출가 승려뿐 아니라 재가자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조성하는 동시에, 전통 건축양식을 충실히 따르는 가람을 세웠다.
현재는 약 10만 평 규모로 확장되어 대웅전을 중심으로 범종각, 소소원(선방), 안양원, 금봉암 등 18개 동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외 7포, 내 9포의 전통적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다. 6개 기둥은 천년을 견딘다는 춘양목으로 건설되었으며, 기둥 아랫부분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주춧돌을 높게 설치한 세심한 배려도 엿볼 수 있다.
경내 중앙에는 고려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5층 석탑이 우뚝 서 있다. 하층 기단의 면석부와 하대 갑석 결구 수법이 상당히 우수하며, 상대갑석 상면의 연화문 장식은 고려 초기 왕실 장인들이 사용하던 기법을 보여준다.
석종사는 불설사십이장경(1384년 간행,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88호), 인천안목 권상(1529년 순천 송광사에서 판각,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66호), 상정본자비도량참법 권7~10(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67호) 등 3점의 유형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어 불교 경전 인쇄 역사의 중요한 증거를 품은 셈이다.
겨울 설경이 빚어내는 산사의 고요

석종사는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겨울이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하얀 눈이 기와지붕과 대웅전 처마 끝에 소복이 쌓이면, 붉은 단청과 흰 눈이 대비를 이루며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눈 덮인 5층 석탑 주변으로는 발자국 하나 없는 고요함이 펼쳐지고, 천척루에서 내려다보는 금봉산 능선은 설경으로 물들어 더욱 깊은 산세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경내 곳곳에 조성된 정원과 연못도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을 선사하는 셈이다.
새벽 3시 범종 소리가 눈 내린 산사에 울려 퍼질 때, 겨울 석종사는 번뇌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변한다. 맑은 겨울 공기 속에서 고요히 걷는 산책만으로도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석종사(충청북도 충주시 직동길 271-56)는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24시간 상시 개방된다. 사찰 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 자가용으로 방문하기 편리하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도 조용한 환경에서 수양, 참선, 불교 학습이 가능하며, 불교대학은 불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전달한다.
범종각에서는 매일 새벽 3시와 저녁 예불 시간 전에 범종이 울려 퍼지며, 번뇌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는 ‘범음성’을 전한다.

대웅전 옆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천척루는 ‘매우 높은 높이’를 의미하며, 마음 수행이 최고의 자리에 도달하여 마지막으로 자신을 점검하는 곳을 뜻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고요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편이다.
석종사는 천년 역사와 현대 건축미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사찰이다. 5층 석탑이 지켜온 옛 절터 위에 춘양목 기둥이 받치는 대웅전이 서고, 3점의 유형문화재가 불교 역사를 증언하는 이곳은 출가자와 재가자 모두에게 열린 수행 공간인 셈이다.
겨울 산자락의 고요함 속에서 범종 소리를 들으며 내면의 평화를 찾고 싶다면,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석종사로 향해 천년 도량이 품은 고즈넉한 여정을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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