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안 부러워요”… 29만 평 은빛 억새밭 펼쳐진 무료 갈대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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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시화호 흉물 가려낸 생태 낙원의 재발견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서해안의 드넓은 간척지 위에 서면 가장 먼저 압도적인 공간감이 온몸을 감싼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하늘 아래, 인공의 소음 대신 바람 소리가 길을 안내하는 곳.

이곳에 여의도 공원의 4배가 넘는 거대한 휴식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었다. 하지만 이 공원의 진짜 이야기는 그저 ‘넓고 무료’라는 사실 너머, 하나의 거대한 ‘결점’을 경이로운 ‘매력’으로 탈바꿈시킨 창의적인 발상에 있다. 오늘은 시화호의 상처를 품고 태어난 생태 낙원, 그 깊은 속살을 들여다본다.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부모님과 가기 좋은 무료 갈대 명소”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억새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억새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는 공식 주소상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480-7 일원에 자리한다. 총면적 98만㎡, 축구장 약 137개를 합친 크기이자 서울의 대표적 녹지인 여의도 공원(약 23만㎡)의 4.3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 거대한 땅은 본래 시화호 간척 사업으로 생겨난 염생습지였다. 문제는 이 땅을 가로지르며 끝없이 이어진 송전철탑이었다. 서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해치는 거대한 흉물이자 공원 조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산책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산책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안산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을 택했다. 송전철탑을 따라 약 1,00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를 빽빽하게 심어 거대한 ‘녹색 벽’을 만든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무가 자라면서, 회색 철탑은 계절마다 색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숲길 뒤로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췄다. 의도적으로 시선을 가리기 위해 만든 이 메타세쿼이아 길은 이제 공원을 상징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자,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인생 사진 명소가 되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오히려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창조해낸 극적인 반전이다.

자연 스스로 회복하는 생태 시스템의 구현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모습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의 진정한 가치는 인공적인 조경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살렸다는 데 있다. 공원 중심부를 유유히 흐르는 1.2km의 자연형 수로와 곳곳에 조성된 생태 연못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다.

이곳의 대표 식생인 갈대를 비롯한 수생식물들은 시화호로부터 유입되는 물을 자연적으로 정화하는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 방문객의 눈에는 서정적인 풍경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건강한 생태계가 스스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설계 철학은 다른 도심 공원과의 명확한 차별점을 만든다. 화려한 분수나 잘 가꿔진 화단으로 채워진 서울숲, 올림픽공원 등과 달리, 이곳은 ‘정제된 자연’보다는 ‘광활한 야생미’에 가깝다.

키 큰 갈대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 보면, 마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보호구역에 들어온 듯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을이 깊어지는 9월 하순부터 10월까지는 갈대 군락이 은빛으로 물결치며 장관을 이뤄, 연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연중무휴 24시간 무료 개방의 가치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갈대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갈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이처럼 압도적인 규모와 생태적 가치를 지녔음에도,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는 놀랍게도 연중무휴, 24시간 내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입장료는 물론이고 넓은 주차장 이용 요금조차 없다.

공원 전체가 거의 평지로 이루어져 있고 주 출입구의 경사로가 완만해, 어린아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장애인 주차 구역(11면)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보조견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공원 내부에는 과거 인기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 촬영지를 기념하는 동산과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어나는 테마 화훼 단지, 습지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데크 등 소소한 볼거리도 마련되어 있다.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하지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무언가를 ‘하기’보다, 그저 광활한 공간 속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된다는 점이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거나, 마음에 드는 수로 옆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책을 읽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서해의 바람과 은빛 갈대, 그리고 거대한 철탑을 품에 안은 초록의 숲.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는 흉물마저 풍경의 일부로 승화시킨 지혜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온전한 자유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목적지를 이곳으로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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