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도립공원
6분만에 도착하고 만나는 절경

11월 중순, 단풍이 마지막 빛을 흘리는 산자락에서 두 갈래 길이 시작된다. 한쪽은 케이블카를 타고 6분 만에 하늘 가까이 오르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는 길이다. 놀라운 건, 두 길의 끝이 똑같은 정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이곳은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과 충청남도 논산시 경계에 자리하며, 등산객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발 878m 마천대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빠르고 강렬한 체험을 원한다면 완주 코스를, 긴 호흡으로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논산 수락계곡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같은 산이 두 가지 여행을 품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살펴봤다.
수락계곡이 선사하는 긴 호흡의 산행

논산시 벌곡면 수락리에서 시작하는 수락계곡 코스는 청정 계곡을 따라 오르는 힐링형 등산로다. 이끼도롱뇽과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맑은 계곡물을 곁에 두고 걷다 보면, 선녀폭포와 수락폭포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논산시가 지정한 수락 8경 중 군지계곡, 수락폭포, 선녀폭포, 승전탑 등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고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잘 정비된 데크길을 따라 2~3시간 여유롭게 오르면 마천대 정상에 닿는다. 급하게 오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중간중간 폭포 앞에서 쉬거나, 계곡 옆 바위에 앉아 물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1986년 6월 건립된 승전탑은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시설로,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진다.
수락리 공영주차장은 무료이며, 주차장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접근이 쉬운 편이다. 봄에는 신록과 맑은 계곡물이, 여름에는 피서지로서 인기가 높고, 가을에는 단풍이 계곡을 따라 물든다. 급한 일정 없이 산을 오르고 싶은 등산객에게 적합한 코스다.
6분 만에 878m 근처, 완주 케이블카의 강렬함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공원길로 접근하는 완주 코스는 정반대 성격이다.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걸어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하면, 단 6분 만에 해발 878m 근처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 요금은 2025년 기준 성인 왕복 16,000원, 편도 13,000원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5~10분 걸으면 금강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높이 81m, 길이 50m의 무주탑 현수교로,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를 잇는 이 다리는 1985년 9월 설치됐다.

발아래로 깊은 계곡이 펼쳐지고, 구름다리를 건너면 경사 51도의 삼선 계단이 기다린다. 약 127개의 붉은 철제 계단은 상행 전용 일방통행 구조로, 하산 시에는 우회로를 이용해야 한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방식은 시간이 부족하거나 짧은 시간에 강렬한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케이블카 탑승 후 정상까지는 약 1시간~1시간 30분 소요되며,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삼선 계단 대신 우회 등산로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기상 악화 시에는 케이블카와 삼선 계단 모두 운행이 중단될 수 있어 방문 전 날씨 확인이 필요하다.
마천대 정상, 두 길이 만나는 곳

해발 878m 마천대 정상은 논산 코스와 완주 코스 모두 도착하는 지점이다. 정상에서는 금강 구름다리와 삼선 계단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논산·금산·완주 일대가 시야에 펼쳐진다. 같은 정상이지만, 오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을 남긴다는 점이 대둔산만의 특징이다.
빠르게 오른 사람은 케이블카와 구름다리의 짜릿함을, 천천히 오른 사람은 계곡과 폭포의 고요함을 각각 간직하게 된다. “다음에는 다른 길로 오르고 싶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한 산이 두 가지 여행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완주 대둔산공원길 주차장은 2020년 9월부터 무료로 개방되며, 논산 수락리 주차장 역시 무료다. 입장료는 두 코스 모두 없다. 케이블카 막차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므로 방문 전 확인(063-263-6621)이 필요하다.

대둔산은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산이다. 짧고 강렬한 체험을 원한다면 완주 케이블카와 금강 구름다리를, 긴 호흡으로 힐링을 원한다면 논산 수락계곡을 선택하면 된다.
두 길 모두 같은 정상으로 이어지지만, 그 과정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골라, 878m 위에서 만나는 전망을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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