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완주·논산 두 얼굴의 명산
수락 8경과 함께 걷는 자연 명품길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뽐내지만, 특히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이 압도적인 명산이 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 금산군에 걸쳐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대둔산도립공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많은 방문객이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대둔산은 하나의 정상을 가졌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은 전혀 다른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압도적인 스릴과 편의성의 ‘완주 코스’가 있는 반면,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계곡과 폭포의 힐링 등산로 ‘논산 코스’가 존재합니다.
한쪽은 15,000원으로 하늘길을 열어 51도 절벽 계단을 마주하게 하고, 다른 한쪽은 고요한 계곡을 따라 걸으며 2시간의 산행으로 정상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스릴과 속도 “호남의 금강산”, 완주 코스

대둔산의 가장 대중적이고 화려한 모습은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완주 코스의 별칭은 ‘호남의 금강산’입니다. 북한의 금강산이 그러하듯, 날카로운 기암괴석과 아찔한 협곡이 주된 풍경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이 코스의 핵심은 압도적인 ‘접근성’입니다. 대둔산도립공원의 공식 주소 격인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공원길 23에 도착하면,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대둔산의 명물 1호인 대둔산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타납니다.

1977년 도립공원 지정 이후 설치된 이 케이블카는 해발 878m의 마천대 정상 근처까지 단 6분 만에 탐방객을 실어 나릅니다. 성인 1명 기준 왕복 요금은 15,000원(편도 12,000원)이며, 공식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이 6분의 비행 동안 발아래로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협곡, 가을이면 붉고 노란빛으로 일렁이는 단풍 바다는 그 자체로 15,000원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에 내리면, 비로소 대둔산 스릴 체험의 핵심 코스가 시작됩니다. 정류장에서 약 5분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대둔산의 상징인 금강 구름다리에 닿습니다.
‘임금 바위’와 ‘입석대’라는 거대한 두 바위 봉우리를 잇는 이 붉은색 현수교는 높이가 무려 81m, 길이는 50m에 달합니다. 다리 중앙에서 발아래 까마득한 절벽과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수만 개의 바위 봉우리를 마주하는 경험은 아찔함 그 자체입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정상인 마천대로 향하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완만한 우회 등산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둔산 스릴의 정점인 삼선 계단입니다. 경사가 무려 51도에 달하는 약 120개의 붉은색 철제 계단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따라 설치되어 있습니다. 폭이 좁아 스릴은 극대화되며, 오직 발 디딜 곳과 손잡이에 의지해 한 걸음씩 올라가야 합니다.
이곳의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은 ‘일방통행(상행 전용)’이라는 점입니다.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절대 다시 내려올 수 없으므로, 도전 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안전을 위해 우천, 강풍, 특히 겨울철 결빙 시에는 등반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 계단을 완등해야 비로소 ‘호남의 금강산’이 선사하는 거친 매력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힐링과 정통 등산 “호남의 소금강”, 논산 코스

완주 코스가 스릴 넘치는 산악 테마파크 같다면, 충청남도 논산시 방면의 코스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숨은 명소’입니다. 이곳의 별칭은 ‘호남의 소금강’입니다. 강원도 오대산의 소금강이 맑은 계곡과 폭포, 부드러운 산세로 유명하듯, 논산 대둔산 역시 깊은 계곡미가 특징입니다.
이 코스는 관광객보다 진정한 산행의 즐거움을 아는 등산객들에게 사랑받는 명품 코스입니다. 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 수락리의 수락계곡 관리사무소에서 산행이 시작됩니다.

입구부터 절경이 이어지는데, 특히 ‘수락폭포(또는 화랑폭포)’와 ‘군지계곡’은 첫걸음부터 방문객의 발을 멈추게 합니다. 맑고 차가운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이며, 절벽 위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햇살을 받아 무지개를 만들기도 합니다.
논산시는 대둔산의 아름다운 비경 중 신비롭고 인상적인 8곳을 선정해 ‘수락 8경’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여름밤 반딧불이가 서식할 만큼 청정한 계곡과 폭포, 절벽이 어우러진 이 길을 걷다 보면 굳이 정상에 집착하지 않아도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물론 이 코스에도 스릴은 존재합니다. 계곡을 지나면 절벽 사이로 220개의 가파른 철제 계단이 나타납니다. 이는 완주의 삼선 계단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가파른 경사 덕분에 스릴이 넘치지만, 오를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계곡의 절경이 피로를 잊게 합니다.
수락계곡 입구에서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까지는 쉬지 않고 걸으면 약 2시간 남짓 소요됩니다. 케이블카의 도움 없이 오롯이 두 발로 올라야 하지만, 그만큼 정상에 섰을 때의 성취감은 남다릅니다. 정상에서 논산의 산줄기와 완주의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장쾌한 풍경은 땀 흘린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정상 마천대와 방문 목적별 핵심 정보

대둔산도립공원의 정상은 ‘마천대(878m)’ 단 하나입니다. 완주에서 케이블카와 삼선 계단을 통해 오르든, 논산에서 수락계곡을 따라 2시간을 걸어 오르든, 결국 같은 정상에서 만나게 됩니다. 정상에 서면 방금 지나온 구름다리와 삼선 계단은 물론, 멀리 논산과 금산, 완주 일대까지 거침없는 조망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두 코스는 방문객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요구합니다. 방문 전 자신의 목적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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