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중도 (금호꽃섬)
가을꽃 다 담은 황금빛 섬

가을 여행지를 고르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고민이다. 분홍빛 코스모스에 취할까, 소설처럼 새하얀 메밀꽃밭을 걸을까, 아니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 군락에서 사색에 잠길까. 만약 이 모든 것을 단 한 곳에서, 그것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거짓말 같은 이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곳, 대구에 있었다. 축구장 약 14개(98,500㎡)를 합친 어마어마한 규모의 섬 전체가 가을의 모든 얼굴을 담아낸 거대한 선물 세트, 금호꽃섬이 그 주인공이다.
상식을 뒤엎는 코스모스 물결

금호꽃섬의 가을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가을의 대명사, 코스모스와 함께 시작된다. 섬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지평선까지 끝없이 이어진 거대한 코스모스 바다다. 사람 키보다 훌쩍 크게 자란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맞춰 일렁이는 풍경은 비현실적일 만큼 압도적이다.
이곳의 정식 주소는 대구광역시 북구 노곡동 665 일원. 2021년 9월 시민 공모를 통해 ‘하중도’라는 옛 이름 대신 ‘금호꽃섬’이라는 아름다운 새 옷을 입은, 대구 북구 8경 중 당당히 제1경을 차지한 보물 같은 곳이다.
물론, 우리가 기대했던 서정적인 분홍빛 코스모스 군락도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두 가지 색의 코스모스가 선사하는 매력을 번갈아 즐길 수 있다.
메밀꽃과 억새가 주는 깊고 그윽한 가을의 맛

황금빛 코스모스의 강렬함에 취해 걷다 보면, 섬은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마치 소금을 흩뿌린 듯 새하얀 메밀꽃밭이 나타나는 순간, 주변의 소음은 잦아들고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속 한 구절이 마음속에 아련하게 피어오른다. 소박하지만 순결한 아름다움으로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는 메밀꽃밭은 금호꽃섬이 숨겨둔 비장의 카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산책로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면, 이번엔 은빛 선물이 기다린다.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물억새와 팜파스그라스 군락이다. 금호강 물줄기가 오랜 시간 퇴적물을 쌓아 만든 ‘하중도’라는 태생적 환경은, 습지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물억새에게는 그야말로 완벽한 서식지다.
세련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억새 군락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우니, 꼭 직접 그 바람의 결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한 방문객은 “코스모스를 보러 왔다가 메밀꽃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억새의 가을 정취에 더 깊이 빠졌다”며 감탄했다.
걷는 내내 터지는 인생샷 포토존

금호꽃섬은 단순히 꽃만 보고 지나치는 곳이 아니다. 섬 곳곳에는 방문객의 즐거움을 위한 아기자기한 장치들이 가득하다. 최고의 인기 스팟은 단연 ‘박 터널’이다.
터널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신기한 모양의 박들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고, 터널 안에서 찍는 사진은 독특한 프레임 효과 덕분에 실패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이 외에도 작은 연꽃이 핀 아담한 연못과 최근 열렸던 정원박람회가 남기고 간 감각적인 조경 작품들이 섬 곳곳에 숨어있어, 발길 닿는 모든 곳이 곧 포토존이 된다.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거나 연인과 자전거를 타기에도 완벽한 환경이다.
이 모든 것을 입장료나 주차료 없이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은 금호꽃섬이 주는 마지막, 그리고 가장 만족스러운 선물일 것이다. 코스모스부터 억새까지, 올가을의 모든 낭만을 한곳에서 만나고 싶다면,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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